당국 개입에도 1520원 턱밑 환율… 24시간 개장, 변동성 더 키우나
구두 개입에도 美 연준 매파적 발언에 '꿈틀'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땐 야간 변동성 커져"

이달 초 1,450원 선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이 어느덧 1,520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도와 중동 사태에 따른 강달러 현상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조치가 환율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1.3원 오른 1,517.4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인 1,517.2원보다도 0.2원 올랐다. 지난 22일 외환당국이 "필요시 단호히 조치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주간 거래 종료 이후에도 환율 상승 압력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신호가 야간 거래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 연준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지난 22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들썩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5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4월 3.5%에서 5월 3.9%로 상승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여기에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차익 실현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도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7조6,149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대내외 요인들이 겹치면서 올해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출렁였다. 총 18거래일 동안 1,500원대에서 마감했고,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4차례 1,500원을 웃돌았다.
당국 개입에도 환율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 로드맵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의 일환으로 오는 7월 6일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현물환 거래량이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규장보다 유동성이 얇은 야간 시간대에는 환율 쏠림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국의 정치·경제 이벤트가 대부분 한국 시간 기준 야간에 발생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야간장에서는 국내 수출입 기업과 기관의 실수요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어, 역외 투자자나 투기성 자금만으로도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본격화되면 야간장에서는 적은 거래만으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 환율이 급등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연장 시간대에는 국내 실수요 거래 감소로 유동성이 얇아졌을 때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거래시간을 새벽 2시로 연장했을 때도 유사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후 시장에서 인지할 정도의 가격 괴리나 혼란은 크게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주희 기자 snowcarf20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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