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막차’ 양지호, 한국오픈 역사상 최초 예선 통과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아내 임신으로 커진 가장의 책임감이 우승 견인
시즌 상금 순위와 대상 포인트 각각 1, 3위 자리



양지호로 시작해 양지호로 끝났다.
예선전을 거쳐 어렵게 본선 무대를 밟은 양지호가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첫날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지켜 우승하는 것) 우승을 차지했다.
든든한 버팀목이던 아내 김유정씨의 임신 소식이 그를 더 단단한 ‘가장’이자 ‘챔피언’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 됐다. 게다가 한국오픈 68회 역사상 최초의 ‘예선 통과자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작성했다.
양지호는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 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7개에 버디 2개를 묶어 5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양지호는 찰리 린드(스웨덴)의 추격을 4타 차 2위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오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2023년 한승수에 이어 통산 14번째다.
우승 상금 5억 원(특별 보너스 2억 원 별도)을 보탠 양지호는 58위였던 상금 순위를 1위(5억2372만7301원)로 끌어 올렸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도 1300점을 추가해 50위에서 3위(1666.70)로 도약했다.
KPGA투어 5년 시드, 아시안투어 2년 시드, 오는 7월에 로얄 버크데일에서 열리는 디오픈 출전권이 보너스로 주어졌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양지호는 우승 예상 선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출전권이 없어 예선전(18위)을 거쳐 본선행 막차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예선전 15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출전권이 없었으나 다수의 시드권자 선수가 불참해 추가 합격자 신분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것.
그러나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우정힐스의 그린 스피드(4.3m)를 첫날부터 무참히 유린했다. 1라운드에서 6언더파 맹타로 깜짝 선두에 나서더니, 2~3라운드에서도 4타씩을 줄여 나흘간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을 내주지 않으며 통산 3승째를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그는 2022년 5월에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 KPGA투어 데뷔 14년만에, 132전133기로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2023년 6월 K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둔 바 있다.
7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양지호는 여유있는 타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압박감 때문인지 초반 샷감이 크게 흔들렸다.
1번, 2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앞조에서 경기를 펼친 왕정훈이 8번 홀(파5)까지 5타를 줄여 한 때 4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5번 홀(파5)에서 첫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양지호는 9번 홀(파4)에서 행운의 칩인 버디를 성공시킨데 이어 맹추격전을 펼치던 왕정훈이 9번 홀부터 11번 홀(파4)까지 3개 홀에서 4타를 잃으면서 낙승이 예상됐다.
가장 어렵게 세팅된 11번 홀(파4)에서 3m 가량의 파퍼트를 성공시켜 한숨을 돌린 양지호는 13번 홀(파3) 보기에 이어 ‘실코너(16번~18번 홀)’에서 3타를 더 잃었으나 4타 차 완승까지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양지호의 이번 우승 뒤에는 ‘가족의 힘’이 있었다. 양지호는 과거 두 차례 우승을 거두는 동안 아내 김유정 씨가 캐디백을 매 ‘부부 우승’ 스토리로 골프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내의 임신(11월 출산 예정)으로 인해 전문 캐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필드 위에서 아내와 함께하진 못하지만, 마음속 책임감은 오히려 배가 됐다. 대회 기간 내내 아내는 갤러리를 하면서 남편에게 힘을 보탰다.
경기를 마친 뒤 양지호는 “오늘 라운드 앞두고 무서웠다. 어제 경험이 좋은 약이 됐다”며 “아직 2홀 정도 남은 기분이지만 무척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9번 홀 칩인 버디 상황에 대해 “강하게 맞았는데 그게 들어간 것을 보고 ‘내가 우승하게 도와주는 어떤 힘이 있는거 같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며 “마지막홀 세 번째샷을 할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 순간 울컥하기까지 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았다.
그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양지호는 “아내와 새로 태어날 무럭(태명)이에게 고맙다. 힘들 때마다 무럭이를 생각하며 버텼다. 너무 고맙다. 잘 관리해서 12월에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며 “오늘 어머니, 아버지도 오셨다. 좋을 때나 어려운 때 항상 지켜봐 주셨다. 믿고 지켜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오늘 보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배상문, 왕정훈이 공동 3위(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 통산 2승이 있는 ‘영암 사나이 김찬우가 2타를 줄여 공동 5위(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천안(충남)=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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