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깨끗했던 성주 들녘 어디 갔나…다시 쌓이는 영농폐기물

"참외는 전국 최고인데 들판은 왜 이렇게 지저분하노"
지난 23일 찾은 경북 성주군 참외 재배단지 곳곳은 '청정 참외의 고장'이라는 이름과는 사뭇 달랐다. 비닐하우스 주변에는 폐비닐과 폐부직포, 점적호스, 차광막, 농약병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검게 그을린 드럼통 안에는 타다 만 비닐 조각이 수북했고, 바람을 탄 폐비닐은 배수로와 논두렁에 걸린 채 나부끼고 있었다. 일부는 흙과 뒤엉켜 참외밭 가장자리에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하우스 안에서는 황금빛 성주참외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 참외를 키워내는 들녘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한 주민은 "몇 년 전만 해도 성주 들판이 정말 깨끗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요즘은 다시 폐기물이 늘어나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지 사람들이 보면 성주 이미지가 나빠질까 두렵다"고 했다.
◆클린 성주도 옛말
성주군은 민선 5~6기 당시 '클린 성주 만들기'를 군정 핵심 과제로 추진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군청 내 전담 조직인 '클린성주팀'을 중심으로 들녘 환경 정비와 불법 폐기물 단속, 영농폐기물 수거 활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읍·면별 들녘심사제도도 운영됐다. 마을별 환경 상태를 평가해 우수 마을과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발적인 환경 정비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각 마을에는 환경지도자가 지정돼 폐영농자재 방치 여부를 점검하고 주민 계도 활동까지 맡았다.

당시 농로 주변에 방치됐던 폐비닐과 폐부직포가 눈에 띄게 줄었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성주 들판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예전의 깨끗했던 들녘은 오염물 투성이다. 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로 나뉘면서 현장 관리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던 들녘심사제 역시 사라졌다.
◆농민 의식 변화가 절실
문제는 들녘 오염이 단순한 미관 훼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폐비닐과 폐부직포는 토양 오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불법 소각은 유해물질 배출 위험까지 안고 있다. 무엇보다 '청정 성주참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주군은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와 전국 단위 판촉 행사를 통해 성주참외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산지를 찾은 소비자들이 들녘 곳곳의 폐기물을 목격할 경우 브랜드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만 보지 않는다. 생산 환경과 청결 이미지까지 함께 본다"며 "세계 최고 참외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들녘 관리가 안 되면 브랜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주읍의 한 참외 농가는 "행정의 단속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농민 의식"이라며 "내 밭 주변부터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성주참외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고 말했다.
성주군민들은 새 단체장 체제가 되면 클린성주 정책 재정비와 함께 들녘심사제 확대, 환경지도자(현지속가능발전협의회원) 역할 강화, 영농폐기물 공동수거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단속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농가 참여를 유도할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지속적인 캠페인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글 사진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