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도 서방 제재에도 안무너져”…푸틴 살린 4가지 무기 [이란전쟁이 살린 러 경제②]
우크라이나 전쟁 5년 차, 서방이 장담했던 러시아 경제 붕괴 시나리오는 끝내 빗나갔다. 강력한 금융 제재와 에너지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외부 충격에 특화된 ‘요새 경제(Fortress Russia)’로 체질을 개선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올해 초 전시 경제의 피로감이 지표로 확인되며 균열이 가는 듯했으나,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는 텅 비어가던 전시 금고를 다시 채우며 더 오래 버틸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46달러에서 이란 전쟁 발발 후 3월 중순 11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중국·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전쟁 발발 후 1주 만에 각각 22% 증가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석유 수출 수익 급증으로 러시아 정부 세수가 66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에너지와 식량을 동시에 수출할 수 있는 세계적 자원 강국이라는 점 역시 장기간 전쟁을 견딜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이치바시대 경제연구소의 쿠모 카즈히로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 분야에서 세계적 수출 경쟁력을 가진 자원 강국”이라며 “러시아의 식량·에너지 자급 능력이 푸틴 정권의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제재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 교역은 감소했지만 중국·인도·터키 등 비서방 국가와의 교역은 오히려 확대되며 ‘무역 전환’이 발생했다. 현재 러시아 원유 수출의 절반 가까운 47%를 중국이, 32%를 인도가 차지하고 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는 전했다.
달러 대신 위안화·루블화·제3국 통화를 활용하는 우회 결제망도 확대됐다. 터키와 UAE 등을 경유한 우회 무역 루트도 서방의 제재망을 무력화하는 핵심 통로가 됐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전쟁 이전부터 여러 해 동안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에 투자하면서 관계를 잘 구축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무역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영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중국과의 무역이 러시아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에 필수품을 수출하면서 필요한 원유를 제공받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과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서방이 기대했던 ‘경제적 녹다운’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방비는 GDP 대비 6~7% 수준으로 추정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2023~2024년 러시아의 4% 안팎 성장률을 전시 호황으로 규정하며, 군사 지출과 공공지출이 경제를 지탱했다고 분석했다.

자원을 군수와 필수 산업에 우선 배분하고, 외환과 금융을 통제해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더 이상 정상적인 시장경제라기보다는 ‘생존형 국가 통제 경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러시아가 제재에 적응하면서 서방이 예상했던 금융 고립, 산업 붕괴, 정권 불안이라는 단계적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5년 보고서에서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은 지속적으로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제재는 러시아 경제의 효율성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했지만, 단기간 내 붕괴를 이끌어낼 만큼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제 “러시아 경제가 왜 무너지지 않았는가”보다 “현재의 요새형 경제 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냐”가 핵심 질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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