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무기 안 팔 수도” 트럼프가 뒤흔든 오래된 약속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6. 5.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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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통보 않고 무기 판매’…1982년부터 지켜온 약속
트럼프 “꽤 먼 과거…중국은 대국, 대만은 아주 작은 섬”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5월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을 떠났다. 귀국 도중 트럼프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 만났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강경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1982년 레이건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해 미국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에 대해 (시진핑과) 상의했나"라고 물었다. 트럼프는 "1980년대는 아주 먼 과거"라며 "시진핑과 무기 판매와 관련해 분명히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그것을 물었지만, 나는 그런 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ChatGPT 생성이미지

트럼프 "대만에 무기 판매는 좋은 협상 칩"

같은 날 트럼프가 폭스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가 공개됐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여부에 대해 트럼프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며 "승인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은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매우 작은 섬"이라며 "대만은 미국에서 약 1만5000km나 떨어져 있다"고 대만 문제에 대한 속내도 드러냈다. 

트럼프는 독립 성향인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집권당 민진당을 직격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대만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가 반도체라는 사실도 밝혔다.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가 모두 미국에 오면 좋겠다"며 "임기를 마칠 무렵에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대만 정부는 2026년 국방예산을 9495억 대만달러(약 45조원)로 확정했다. 2025년 예산보다 22.9% 증가한 수치로,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3.32%에 달한다. 11월엔 추가로 특별 국방예산을 책정했다. 라이칭더는 "중국이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완성을 목표로 대만을 향한 군사 침략 준비를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만은 2030년까지 국방예산을 GDP의 5%로 증액하고, 향후 8년 동안 특별 국방예산으로 대만판 아이언돔 및 정밀 타격이 가능한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마련했다.

5월7일 대만 의회 입법원은 정부가 제출한 특별 국방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대만 정부는 1조2500억 대만달러(약 60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입법원은 3분의 2 수준인 7800억 대만달러(약 37조원)만 승인했다. 야당이 "예산안에 모호한 내용이 많아 부패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승인한 예산은 미국산 무기 구매에 집중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가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1982년 미국 정부가 발표했던 '대만에 대한 6대 보장'을 아예 뒤엎으려 한다. 6대 보장 중 2번째 조항은 무기 판매 시 중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금까지 무기를 판매하면서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아주 먼 과거"라며 무시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기존 정책과 관행이 무너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만 정부는 5월15일 외교부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의 핵심은 "대만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은 줄곧 대만해협 평화의 초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기 판매는 미국이 대만관계법에 명시한 대만에 대한 안보 약속으로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의 억제"라고 지적했다. 라이칭더도 5월17일 "미국의 대만 안보 공약에 기반한 안보 협력과 무기 판매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억지력"이라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대만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결코 희생되거나 거래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반도체까지 가져가려는 트럼프의 속내 

미국은 대만의 안보를 일정 수준 보장하기 위해 1979년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법안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어용 무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또 중국이 무력, 강압 등 비평화적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시도는 미국에 중대한 우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법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반드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자동으로 참전하겠다는 약속이 없다. 미국이 대만에 어떻게 무기를 수출하고, 이런 사안을 중국과 협상하겠다는 내용도 없다. 이러한 구체적 사안을 담은 것이 '6대 보장'이었다. 그런데 '6대 보장'은 미국이 대내외에 천명한 정책일 뿐이다. 트럼프 말처럼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대만은 법적 지위가 보장된 군사동맹이 아니기에 의회 동의도 필요 없다. 대만이 대만관계법을 거론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이유다.

더 무서운 현실은 대만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사가 오직 반도체에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2025년 4월 트럼프가 일으킨 관세전쟁의 최대 승자였다. 2025년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나라는 대만, 베트남, 태국이었다. 대만은 1982억 달러, 베트남은 1532억 달러, 태국은 913억 달러를 수출해, 전년에 비해 각각 78%, 28%, 44%의 증가율을 보였다. 증가율 1위인 대만은 무역흑자도 사상 최대인 1501억 달러였다. 미국이 대만에 32%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 반도체, 인공지능(AI) 서버 등 대미 핵심 수출품은 제외받았기 때문이다.

수출이 경제를 견인하며 작년 대만의 GDP는 8.68% 증가했다. 1인당 GDP는 한국(3만6107달러)보다 많은 3만9477달러에 달했다.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은 22년 만이다. 대만은 자축했지만, 트럼프에게 이 성과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대만은 미국을 중심으로 폭발한 AI와 데이터센터의 인프라 구축 수요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았다. 트럼프는 자국에 반도체 제조사들을 불러들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지금 대만은 미국이 씌워주었던 안보 우산이 날아가고 핵심 산업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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