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메카 몰려든 순례객 150만명···사우디 당국 긴장 고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100만명이 넘는 이슬람교도들이 이슬람 성지 순례 ‘하지’(Hajj)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란에서도 수만명이 참석하면서 사우디 당국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하지에 참여하기 위해 사우디 내 성지 메카로 순례객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는 이슬람교 5대 의무 중 하나로, 신체적·경제적 여건이 되는 모든 이슬람교도는 살아있는 동안 한 번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하지는 지난 14세기 동안 거의 매년 이어져 왔으며 올해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전쟁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순례객들이 하지를 위해 사우디를 찾았다. 사우디 당국은 전날 150만여명의 해외 순례객이 사우디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메카를 방문한 순례객 수는 16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올해 이란인 3만명과 이라크인 순례객들이 메카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가 올해 순례 참여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미국인 수천명 역시 메카로 모여들었다.

지난 3월 사우디가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본토를 수차례 비밀 공습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도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 17일에도 사우디는 친이란 민병대가 활동하는 이라크에서 발사된 무인기(드론) 3대를 요격했다. 카므란 보카리 중동정책협의회 수석 상임 연구원은 “사우디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며 “또한 사우디와 이란이 실제 전쟁 상태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하지 기간을 앞두고 안보 태세를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영 매체인 아랍뉴스에 따르면 내무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사우드 빈 나예프 왕자는 지난 21일 사우디 제다에서 하지 순례객을 이끈 이란, 인도네시아, 이집트 대표단과 만났으며 하지 대비 보안군 병력 태세를 점검했다.
사우디 서부 산악 지대에 위치한 메카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사정권 내에 있다. 하지만 이란이 공격 금지 구역으로 여겨지는 성지 메카를 고의로 공격할 가능성은 작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지 기간을 고려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보류했다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메카 현지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시위 등 소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짚었다. 1987년 메카로 순례를 온 이란인 15만명이 반미 시위를 벌여 사우디 경찰과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400명이 사망했다. 이후 이란인들이 보복으로 주테헤란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하고, 사우디가 이란 순례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양국 관계가 단절됐다. 2015년에는 메카를 찾은 순례객 2000여명이 압사해 이란이 사우디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당시 사망한 이란인은 약 400명으로 국가별 사망자 중 가장 많았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11512001#ENT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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