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일베 폐쇄 검토"…정용진 회장은 감감무소식
"표현의 자유로 보호 vs 제재 필요 공존하는데
국무회의에 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검토 지시"
'탱크데이' 이어 '4·16 사이렌 이벤트' 문제 지적
"저질 장사치 아니라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정용진 회장, 해산물 조롱 등 '일베'와 닮은 행적
일주일 되도록 경위 파악·책임자 처벌 없어 의문
정 회장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방안 내놓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 및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와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등 필요한 조치를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시민언론 민들레도 전날 보도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봉하마을에 찾아와 조롱성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일베처럼 조롱 모욕으로 사회분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면서 "일베 폐쇄 논란도 있었다"고 적었다.

벌써 우리 사회는 그 답을 하기 시작했다. '일베폐쇄 서포터즈'(단장 박태훈 청년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는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16주기를 앞두고 '일베 폐쇄' 서명운동을 펼쳐 11만여명의 뜻을 모았다. 동시에 일베폐쇄 집단민원 총공세를 펼쳤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일에 맞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와 국민신문고를 지목해 집단민원 총공세에 나섰다.
박태훈 단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사태, 래퍼 리치 이기의 노무현 조롱 가사 논란. 연이어 터진 두 사건은 일베가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면서 "일베에서 만들어진 혐오 문법이 대기업 마케팅실로, 10대 래퍼의 가사로, 초등학교 교실로 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 단장은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베 폐쇄의 명분을 주자"고 호소했는데 이 대통령이 곧바로 화답한 셈이다.
박 단장은 "일베가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면서 "사회적 공론화가 살아있는 지금, 민원 총공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방미심위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한 뒤 완료 화면을 캡처하고, 본인이 작성한 민원 내용 또는 일베를 폐쇄해야 하는 이유 한마디를 #일베폐쇄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고 주변에 널리 알리면 된다.

이날 오후 X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추모일에 싸이렌(사이렌) 이벤트 개시라니"라며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언급한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첨부하며 "일베보관소도 아니고 대기업 공식 행사라는데 더 할말이 없다"며 "세월호 참사 추모일을 맞아 유가족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국민들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조롱 코드를 감춘 암호같은 이런 행사를 시작하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며 나름 즐겼겠지요"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또 "사건을 연결시켜 보면 이번 5.18 맞이 탱크데이 행사로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 우발적 사건이라 보기 어렵다"며 "돈 좀 벌겠다고 상습적으로 국가폭력과 참사 희생자들을 능멸하는 이 금수 같은 행태에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고 보니 이들이 벌이는 짓은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가 아니라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같다"고 글을 맺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신화에서 노래로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을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 이벤트에 사용했다"며 "세이렌은 스타벅스 로고인물(사실은 인어)이지만 4월 16일에 이런 짓을 했다는 건 천인공노할 악행이다. 스타벅스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썼다.
스타벅스의 상표 그림에 등장하는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아> 속 세이렌에서 유래했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결국 배를 난파시키는 존재이다. 상표 그림인 세이렌이 들어간 머그컵을 출시하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출시 행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과 신화 속 세이렌을 연결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타벅스는 앞서 지난 18일 자사 텀블러를 홍보하며 계엄군 투입과 고 박종철 열사의 희생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올해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미니 탱크데이' 이벤트를 벌인 사실이 있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대놓고 조롱하고 모욕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니'는 어린 아이들을 의미하며, '탱크'라는 학살 이미지를 갖다붙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진욱 의원의 문제 제기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라는 증거는 정용진 회장의 행적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정 회장은 문제의 2024년 4월 16일, 인스타그램에 위 사진을 올리고 "오늘도 보내는 그들 ㅠㅠ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OOOO OOO."라고 적었다. 처음에는 "입맛을 세웠다"고 적었는데 재빨리 삭제한 뒤 이렇게 퀴즈 내듯 바꾼 것이다. 이에 한 누리꾼은 "대신 써드립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댓글을 달았다. "미안하다 맛있다"고 한 술 더 뜬 누리꾼도 있었다. 정 회장과 누리꾼들이 일종의 놀이로 함께 즐긴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2일 전국 매장에 공지한 2차 사과문읕 통해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상처를 안겨드린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본사 온라인 사업 운영 중에 발생한 잘못이며 매장 파트너(직원)들과는 무관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파트너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파트너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고객 여러분께서 따뜻한 배려를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일 강남 본사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본사 직원 600여명 중 150여명이 참석했고, 회사 측은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며 직원들에게 동요 없이 근무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경영진이 올바로 책임지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는 회사의 태도가 올바른 것이냐고 따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가 과연 진정한 사과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란 시선도 엄연히 있다. 이런 마케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검수를 통해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경영진은 어떤 절차를 거쳐 이 마케팅을 승인했는지를 파문 발생 일주일이 다 되도록 전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8일 실행된 마케팅의 경위를 파악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두 차례 사과문 모두 문서로만 공표했다. 책임있는 경영진이 국민들 앞에 나타나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정 회장은 귀국 나흘째인 23일까지도 국민들에게 직접 머리 숙여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하루 빨리 경위를 정확히 파악해 전모를 공개하고 정 회장이 직접 자신과 회사 내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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