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손님처럼 모셨는데…” 조규일 무소속 변수 속 진주시장 선거 [6.3 쟁점 현장]
보수 몰표 원도심 민심 분산 예상돼
주민들 생활 불편에 표심 향방 관심

이번 진주시장 선거는 갈상돈(더불어민주당)·한경호(국민의힘)·조규일(무소속) 후보 3자 구도로 치러집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3선에 도전하는 조 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진주시장 선거에서 큰 변수입니다. 조 후보 득표율은 2018년 52.14%, 2022년 72.33%입니다. 진주시장 선거를 앞두고 원도심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천 모(82) 씨는 22일 오전 진주시 중앙동 한 미용실을 찾았다. 풀린 파마 머리를 손질하러 온 그는 얇은 롯드를 머리 위에 촘촘하게 매달고서 거울 앞에 앉았다.
천 씨가 사는 곳은 행정동으로 중앙동, 법정동으로는 옥봉동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옥봉동을 포함한 중앙동 유효 투표자 10명 중 8명이 조규일 국민의힘 진주시장 후보에게 표를 줬다. 득표율도 높고, 표 규모도 작지 않아 조 후보의 강세를 보여주는 대표 지역이다.
조 후보는 중앙동에서 득표율 83.54%를 기록했다. 진주시 전체 읍면동 가운데 미천면(84.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조 후보가 8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5개 지역에서 중앙동 표 수가 3923표로 가장 많다.
보수표 분산 예상되는 진주
"나도 조규일한테 표를 줬지. 근데 이번에는 아직 못 정했어."
천 씨는 누구에게 표를 줄지 고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한경호 후보를 진주시장 후보로 공천했다. 공천에 배제된 조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보수표 분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동네 경로당 하나 없다 아이가. 옥봉루에 경로당 하나 지어주면 조규일 또 찍을지도 모르지."
천 씨 옆에서 염색을 하던 이 모(60) 씨가 끼어들었다. 옥봉동은 말티고개 부근에 있다. 아파트를 올리려고 해도 경사가 심해서 안 된다고 한다. 진주향교가 넓어서 규제로 묶여 있다. 재개발에도 적합한 동네가 아니다. 옥봉동은 진주도심 가까이 있지만 소외됐다.
옥봉루를 향해 오르막길을 올랐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쥐 한 마리가 내달렸다.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은 동네는 빈집과 낡은 주택이 뒤섞여 있었다.

안방 손님처럼 모셨던 국민의힘
옥봉동 꼭대기에 옥봉루가 있다. '로컬푸드 옥봉루'라는 간판에 'ㅗ', 'ㅍ'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 하얀색 콘크리트 건물 외벽은 빗물과 곰팡이가 섞여 회색빛 얼룩이 졌다.
지난 4년 가까이 옥봉사회적협동조합이 옥봉루를 운영했다. 지역 농수산물을 식자재로 쓰는 식당인데 운영은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다른 업체가 운영을 맡기로 했다.
옥봉루 건물 옥상 정자에서 만난 김종현(74) 씨에게 진주시장 선거에 대해 물으니 혀를 찼다.
"우리가 국민의힘을 안방 손님처럼 모셨는데 꼬라지가 이게 뭐이라."
중앙동 주민에게 국민의힘은 각별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 치러진 지난해 대선 때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73.3%를 몰아줬다. 그러나 당내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계엄 옹호에 이어 공천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분열을 거듭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일상'에서
옥봉루에서 도로 하나 건너면 행복주택(LH)이 있다. 옥봉루보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다. 주민들은 행복주택 건설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 건설폐기물과 소음, 분진이 문제였다. 2019년에 보상 요구도 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말하는 불만은 일상에서 나왔다. 경로당 부재, 옥봉루 방치, 행복주택 공사 피해, 낡은 주거환경 문제가 반복해서 입에 올랐다.
행복주택 맞은편에 사는 80대 김 모씨가 집 앞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는 "여기가 폐허처럼 있었는데 선거에 나온 사람마다 터널을 짓니, 아파트를 짓니 공약을 하다가 아파트가 됐다"며 "아파트가 지어졌어도 우리가 덕 볼 거는 없다"고 말했다.
조복찬(83) 씨는 "공사할 때 벽에 금이 가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라며 "국민의힘은 우리 같은 노인네한테 표만 받아가고 해준 게 없다. 이 동네는 옥봉루 달랑 하나 받았는데 그마저도 방치돼 있으니 좋게 보일 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중앙동 같은 진주 원도심은 그동안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준 강세지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표심은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 현직 시장 사이에서 갈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한 후보는 당 지지층을 다시 묶어야 하고, 조 후보는 자신에게 향했던 지지표를 붙잡아야 한다. 갈 후보에게는 원도심 생활환경 개선 요구를 매개로 이탈 표심을 파고들 틈이 생겼다.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