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쓰러진 옆집 나무, 누가 책임져야 할까?

낡은 구축 주택을 손봐 살아가는 ‘리모델링 브이로그’와 잔디 깎는 일상을 담은 ‘주택 살이 콘텐츠’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마당에 테이블 하나 놓고 커피를 마시는 풍경,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와 꽃을 기록하는 일상은 도시 생활의 피로를 벗어난 새로운 로망처럼 소비된다.
하지만 SNS 속 ‘전원 감성’ 뒤에는 의외로 생활 밀착형 분쟁이 숨어 있다. 이를테면 강풍이 지나간 다음 날, 옆집 나무가 우리 집 담장 위로 쓰러져 있는 상황 같은 것들이다. 핵심은 ‘누구의 나무냐’보다 ‘관리상 과실이 있었느냐’에 가깝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즉 나무 소유자가 위험 가능성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나무가 이미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거나 속이 썩어 비어 있었거나 마른 가지가 반복적으로 떨어졌는데도 방치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웃이 여러 차례 위험성을 이야기했거나 문자, 관리 요청 기록이 남아 있다면 법원은 이를 ‘예견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위험할 줄 몰랐다”는 주장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반면 태풍이나 강풍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로 멀쩡한 나무가 갑자기 쓰러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사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고, 나무 주인의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 각자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의외로 가장 자주 벌어지는 갈등은 ‘넘어온 가지’ 문제다. 햇빛은 가리고 낙엽은 쌓이는데 가지는 전부 옆집에서 넘어오는 상황. 예전에는 함부로 가지를 잘랐다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남의 나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되레 다툼이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민법 개정 이후에는 일정 조건 아래 직접 가지를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민법 제240조에 따르면 나무 소유자에게 가지 제거를 요청했지만 상당 기간 응하지 않거나 소유자를 알 수 없거나 매우 급한 위험을 막아야 할 때는 스스로 가지를 제거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일정 조건’ 아래에서다. 경계를 넘어 상대 부지에 들어가 작업하거나, 과도하게 잘라 나무를 훼손하면 또 다른 손해배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일단 사진부터 남기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무 상태와 피해 상황, 당시 날씨 등을 기록해두면 이후 보험 처리나 과실 판단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짓기보다 어려운 게 이웃이고, 이웃보다 어려운 게 나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감성적인 마당 생활도 결국은 관리와 경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위에서 유지된다는 얘기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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