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저도 못받은 상, 주기 싫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박세환 2026. 5.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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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피오르드’에 황금종려상 수여
“수상작 결정에 의견 차 없어”
제7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실 황금종려상은 누구에게도 시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이죠.”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23일(현지시간) 폐막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센스있는 농담과 함께 황금종려상 심사 절차에 대해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줘야 하기 때문에,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좋은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개봉한 자신의 영화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의 제목을 재치 있게 활용한 답변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심사위원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 아더 초이스!(no other choice!)”라며 알아챘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배우 데미 무어와 스텔란 스카스가드·이삭 드 방콜레·루스 네가, 감독 클로이 자오·라우라 완델·디에고 세스페데스, 시나리오 작가 폴 래버티 등 심사위원 전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올해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에 돌아갔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은 2007년 영화 ‘4개월, 2주, 그리고 2일’에 이어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심사위원대상은 ‘미노타우로스’(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가 받았고, 감독상은 ‘라 볼라 네그라’(하비에르 암브로시·하비에르 칼보)와 ‘파더랜드’(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가 공동 수상했다.

박 감독은 감독상 주인공을 한 명으로 줄이지 못한 데 대해 “하나 마나 한 소리지만 너무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두 편이 다 뛰어났고 어느 것 하나를 버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녀 배우상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서 연기한 두 명의 배우가 동반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카워드’의 에마뉘엘 마키아와 발렌틴 캉파뉴가, 여우주연상은 ‘올 오브 어 서든’의 비르지니 에피라와 오카모토 다오가 나란히 받았다.

박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보셨다면 저희의 결정을 수긍하실 수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수상작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늘 그렇듯이 (영화제) 중간중간에 자주 미팅을 가졌다”며 “한 서너 편이 쌓일 때마다 미팅을 갖고, 그 영화들에 관해 토론했다. 정식 미팅이 아니더라도 (심사위원) 두 명 이상만 모이면, 만나기만 하면 (영화) 얘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모든 경쟁부문 초청작이 상영된 뒤인 이날 오전에는 휴대전화를 반납한 채 본격 토론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 결정이 그렇게 늦게까지 계속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전화기를 빨리 돌려받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웃음을 안기면서 “우리 의견이 다행히도 그다지 큰 차이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칸영화제는 심사위원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 때로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위원장이 심사를 이끈 올해는 심사위원단 분위기가 시종일관 유쾌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칸 영화제에서 무관에 그쳤지만 전 세계 관객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호프’가 영화제 초반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은 만큼, 전 세계 관객은 올여름으로 예정된 ‘호프’의 개봉을 기대감 속에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한국 작품이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황금종려상을 겨냥한 점도 국내 영화계엔 활력이 될 전망이다.

‘호프’는 나 감독의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나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는 2008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황해’는 2011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곡성’은 2016년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해 관객들을 만났다.

‘호프’의 경쟁부문 초청으로 나 감독은 지금까지 연출한 장편 4편이 모두 칸영화제에서 소개되는 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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