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주사’의 반전… “위고비·마운자로, 암 억제 가능성”

강민성 2026. 5. 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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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美연구진 “4기 암으로 진행될 확률 50%까지 낮아”

비만 치료 주사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GLP-1’ 계열 약물(오젬픽·위고비·마운자로 등)이 일부 암 환자의 전이와 진행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미국 명문 의료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와 비만 잡는 ‘기적의 치료제’가 이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은 초기 단계 암 환자 1만 2112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GLP-1 약물을 투여한 폐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환자는 다른 당뇨병 약(글립틴 계열)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증상이 4기 암으로 악화하거나 전이될 확률이 38%에서 최대 50%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립선암, 췌장암, 신장암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GLP-1 계열 약물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며 비만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연구진은 이 약물이 암세포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암세포가 증식하고 신체 다른 부위로 퍼지려면 종양 주변의 염증과 지방을 자원으로 삼아야 하는데, GLP-1 약물이 이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약물이 체중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당 조절을 개선해 암 세포의 성장을 막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암세포에 존재하는 GLP-1 수용체에 약물이 직접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GLP-1의 암 예방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비만·당뇨 환자 6300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41% 낮아졌고, 미국 연구팀이 17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대장암·직장암 등 비만 관련 암 위험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환자에게서 암 위험 감소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성급한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연구는 환자들을 지켜본 ‘관찰 연구’ 단계로, 암 위험이 낮아진 것이 체중 감량에 따른 부수적 효과인지 약물 자체의 직접적인 효능인지 명확히 구분하려면 무작위 임상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이 전문의 지시 없이 임의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위고비 등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고 강조한다. GLP-1 약물이 위장관 운동을 늦춰 다른 약물의 체내 흡수 속도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기존 암 치료제의 효과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민성 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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