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은 '한숨', 헨델은 '미소'…300년 전 주식 시장의 교훈[금융 히스토리]

김소현 기자 2026. 5.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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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남해회사 버블이 남긴 교훈
천재 과학자 뉴턴도 피하지 못한 투자 광풍
아이작 뉴턴의 초상화(왼쪽)와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 증서(오른쪽)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 물리학자 '뉴턴'이 남긴 말로 전해집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그가 이 씁쓸한 명언을 남긴 배경은 뭘까요.

1711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1701~1714)으로 막대한 빚을 떠안은 대영제국.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할리는 1711년, 국채를 매입하고 주식과 맞교환해주는 회사 '남해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왕실은 이 회사에게 남미 지역의 독점 무역권을 부여하며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남미 무역 독점권이라는 얘기에 귀족부터 하인까지 앞다퉈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국가가 밀어주는 회사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남해회사 주식을 '따놓은 당상'처럼 여겼습니다. 시민들의 호응 속에 영국의 국가 부채도 주식으로 실시간 소각됐습니다.

이 투기 광풍의 한가운데 왕립조폐국장이던 아이작 뉴턴이 있었습니다. 초반에 남해회사 주식을 매입했던 뉴턴은 주가가 오르자 7000파운드라는 차익을 남기고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주식을 판 뒤에도 주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주변에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인 '포모(FOMO) 증후군'이 뉴턴의 이성을 마비시켰습니다. 결국 그는 고점 부근에서 전 재산을 던져 재진입했습니다.

결말은 참혹했습니다. 남미 무역 실적이 전혀 없던 남해회사의 가치 거품은 순식간에 터졌고 주가는 10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뉴턴은 현재 가치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2만 파운드를 허공에 날렸습니다.

뉴턴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환한 미소를 지은 예술가가 있었습니다. 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지 프레더릭 헨델입니다. 당시 런던에서 왕립 음악아카데미를 이끌며 오페라 흥행을 주도하던 헨델도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헨델은 시장의 열기가 비정상적인 광기로 변해가자 거품이 터지기 직전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자산을 지켰습니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탐욕과 대중의 군중심리. 300년 전 두 거장의 엇갈린 운명은 현대 금융 시장이 강조하는 투자 심리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현대 금융 시장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 특정 종목이나 분야에 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어김없이 반복됩니다. 누군가의 대박 소식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군중심리에 불을 지핍니다. 누군가의 행동에 이끌려 뉴턴처럼 뒤처질까 두려워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지, 아니면 헨델처럼 시장의 심리를 이성적으로 보고 있는 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