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 달린 수중 로봇 등장…임무는 ‘바다 생물 고밀도 도시’ 탐사
산호초 지역서 시각·청각 탐사

바닷속 산호초에 사는 생물을 정밀 관찰하기 위해 사람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장비가 달린 수중 로봇이 개발됐다. 잠수사 투입으로 인한 인명 사고 우려 없이 해양 생물의 주서식지인 산호초 보호 방안을 구축할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즈홀 해양학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수중 로봇 ‘큐리’를 공개했다.
큐리의 겉모습은 평범하다. 전체 덩치는 바퀴 달린 소형 여행용 가방과 비슷하다. 수심 20m 안팎의 얕은 바다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전기 모터를 돌려 물속을 돌아다닌다.
사실 큐리의 진짜 특징은 동체 안에 장착된 기기에 있다. 우선 잠수사의 눈을 대신할 고성능 카메라가 달렸다. 자신의 주변에서 헤엄치는 수중 생물을 거뜬히 식별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청음기, 즉 마이크다. 새우가 자신의 집게발을 움직일 때 내는 ‘딱딱’ 소리나 물고기가 부레를 떨어서 만드는 진동음을 듣는다. 연구진은 “큐리는 수중 생물이 내는 소리를 80m 바깥에서도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이 큐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려는 곳은 산호초가 깔린 바다다. 산호초는 전 세계 바다의 0.01%에만 존재하지만, 전체 해양 생물 4분의 1의 서식지다. 인간 세계로 따지면 인구 밀도 높은 도시인 셈이다.
그런데 산호초는 최근 바다 수온 상승 등으로 인해 대량 파괴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산호초 구역을 품은 각국 정부가 한정된 역량으로 최대 성과를 뽑아내려면 해양 생물이 특히 많이 사는 산호초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연구진은 그 역할을 큐리에 맡기려는 것이다. 큐리에는 물속에서 수집한 해양 생물의 종류와 발견 위치를 기록하는 컴퓨터가 달렸다. 이를 통해 해양 생물의 서식 분포도를 그릴 예정이다.
큐리를 사용하면 인명 사고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잠수사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큐리의 수중 체류 시간은 약 1시간30분이기 때문에 산호초 구역을 자세히 탐사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시험 가동을 통해 성능도 검증했다”며 “향후 산호초의 생태학적 특징을 알아내는 데 큐리가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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