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 "다카이치 지원말라"…中日 관계 악화일로 [도쿄나우]
"일본이 지역 평화 위협"
트럼프는 바로 다카이치에 전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실명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일 관계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두둔하며 일본과의 공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을 직접 거론하며 “지역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측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과의 최고위급 회담에서 일본 총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대만 독립 세력’으로 규정하는 라이 총통과 다카이치 총리를 함께 언급한 것은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과 안보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갈등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대만 유사 사태시 개입 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본격화됐다. 중국은 당시에도 강하게 반발했으며 이후 중일 관계는 냉각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비판받아야 할 지도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선거 승리를 높이 평가하며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긴장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시 주석과 회담할 때 일본을 칭찬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일정을 마친 다음 날인 15일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고 회담 내용을 공유했다. 통화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들에게 “일본에 대해 큰 도움을 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일 결속이 오히려 더욱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앞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며 “미일의 단단한 공조를 중국에 보여준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직접 일본 총리를 거론하며 불만을 표시한 만큼 중일 관계 악화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일본 정부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당분간 중일 정상회담 개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는 중국이 다카이치 정권을 "신군국주의"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다. 동맹을 약화하려는 책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일 양국이 사이버 보안·기지 방어·군수 시스템 분야 협력을 강화해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23일 밤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중국 산시성의 탄광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에 대해 일본어와 중국어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희생되신 분들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썼다.
도쿄=최만수 특파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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