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미에 노노갈등까지…삼성전자 '6억 성과급' 타결 그 이후

김영은 2026. 5. 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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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주, 법적 대응 예고
“세전 영업이익, 성과급 연동은 위법”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일인 5월 21일을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협의하면서 사상 초유의 반도체 파업 사태를 피했다. 

지난 3월 18일 노조의 총파업 계획이 확정된 지 63일 만의 일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세전 최대 6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방식을 유지하면서 상한이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기간은 앞으로 10년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일정 실적을 넘겼을 때 지급된다. 올해부터 3년 동안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을 경우,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100조원을 달성 시에 지급된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주식이며 일정 기간 매각할 수 없는 조건이 붙는다.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원 안팎인데 이 경우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31조5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메모리 소속은 1인당 평균 6억4813만원, 공통 조직은 5억908만원, 파운드리·시스템LSI 소속은 약 1억8462만원을 받게 된다. 

 노노 갈등 불씨는 여전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임금협상 타결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초호황으로 반도체 산업의 이익이 폭증하자 성과 배분을 둘러싼 새로운 요구가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더 큰 숙제는 남았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고 노노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사측과 노조는 약 5개월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그간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의 제도화와 상한폐지를 요구하며 약 5개월간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40조5000억원을 분배해야 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약 11조1000억원의 4배에 가깝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액 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다시 임금협상에 나섰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이를 단체협약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는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주요 기업들은 통상 일정 성과 목표 달성을 전제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성과연동주식(RSU)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 체계를 운영 중이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설비투자와 R&D, 인수합병, 미래 사업 준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 40조원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도 막대한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투입한 금액은 약 10조3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2016년 하만을 인수할 때 가격은 약 9조원, 2025년 유럽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 인수가는 2조40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 “성과 공유는 필요하지만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해칠 정도의 배분은 곤란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삼성전자가 협상 과정에서 끝까지 물러서기 어려웠던 지점은 또 있었다. 적자 사업부에도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다. 

삼성전자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병철 창업주의 ‘신상필벌’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라는 경영원칙을 다시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 격차는 크다. 메모리사업부는 AI 반도체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초호황을 맞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휴대폰을 담당하는 MX·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1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보다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 지점에서 내부 갈등도 번졌다.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메모리가 벌어온 돈을 왜 적자 사업부와 나눠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반면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스마트폰 사업이 벌어들인 돈이 반도체 투자에 쓰였는데 이제 반도체가 돈을 번다고 DS부문만 특별보상을 받는 것이 맞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이번 협상이 노사 갈등이면서 동시에 노노 갈등의 성격을 띠게 된 배경이다.

 대기업 하청까지 원청에 성과급 요구

지난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개월간 이어진 협상은 파업 하루 전 오전까지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교섭 상황을 바꾼 건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노조가 적정한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데 (노조의 요구는)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노사는 총파업 돌입을 불과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우선 사측은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였다. 회사는 OPI 상한 폐지를 막고 현금이 아닌 주식 지급과 매각 제한 조건을 붙임으로써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였다. 

여기에 매각 제한 조건도 달았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3분의 1은 1년 뒤, 나머지 3분의 1은 2년 뒤에야 팔 수 있다. 또 부문 전체 공통 배분보다 사업부별 차등 배분 비중을 높여 성과주의 원칙도 일정 부분 지켰다. 

노조도 기존 요구안을 모두 관철하지는 못했다. 다만 상한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제도화하고 합의의 유효 기간을 무려 10년으로 정했다. 

산업계는 영업이익을 둘러싼 배분 논쟁이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쟁의행위의 범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경계가 흐려진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대기업 하청업체 노조까지 원청을 상대로 직접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영업이익 N% 성과급’ 1호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하청 노조의 청구서를 받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인 충북 청주캠퍼스에서 반도체·부품을 운송하는 2차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는 SK하이닉스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과거에는 성과급처럼 경영 판단의 성격이 강한 사안을 이유로 파업에 나설 경우 정당성을 다툴 여지가 컸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도입 이후에는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과 경영 판단 영역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굳어질 경우 미국식 성과급 부담과 한국식 고용 안정 부담을 동시에 짊어지는 구조다. 

과도한 보상 비용으로 인한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비판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주들은 주주의 승인 없이 노사가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주주들은 노사가 합의한 특별성과급 지급 방안에 대해 “주주총회 의결 없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주주는 기업 실적 악화 시 주가 하락과 자본 손실이라는 위험을 최종적으로 부담하지만 근로자는 고용 안정성과 기본급을 보장받는다”며 “손실 리스크는 주주가 지고 이익만 공유하겠다는 논리는 비대칭적 위험 구조를 형성해 기존 회사법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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