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노는 청년 6만명… 장기실업 22년 만에 최악

강승구 2026. 5. 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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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줄었지만 ‘장기백수’는 38%↑… 코로나19 사태 후 최대
2030세대가 절반 차지…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비중 22년만에 최고
중동전쟁發 일자리 충격 여파…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심화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 [연합뉴스]


전체 실업자 감소세 속에서도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5년 만에 다시 1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장기 실업자 2명 중 1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나, 청년층의 고용 미스매치(일자리 불일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10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 명(37.6%) 급증한 수치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 수(85만 3000명)가 1년 전보다 2000명 줄어들고, 3개월 미만 단기 실업자가 4만 5000명(9.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기 실업자는 줄어드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장기 실업자로 밀려나는 고용 고착화 현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실업자 중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까지 치솟았다. 4월 기준으로는 2004년(13.6%)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덮친 대외 악재, 기업은 ‘경력직 수시 채용’만

이 같은 장기 실업자 폭증의 배경에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과 기업의 채용 트렌드 변화가 맞물려 있다. 당국은 중동전쟁 여파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고용 시장을 위축시키면서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시 채용 전환과 경력직 선호 현상도 구직 기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즉시 전력감을 찾다 보니, 구직자들이 인턴 활동이나 추가 스펙을 쌓기 위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 “눈높이 안 맞으면 차라리 스펙 쌓겠다” 2030이 절반 이상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허리이자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층의 장기 실업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장기 실업자 중 15~29세 청년층은 2만 9000명, 30대는 3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두 연령대를 합친 청년·30대 장기 실업자는 총 6만 1000명으로, 전체 장기 실업자의 56.5%를 차지했다.

특히 30대의 증가세가 매섭다. 30대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만 8000명 늘어나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는 4월 기준으로 2021년(2만 1000명)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40대(2만 3000명), 50대(1만 2000명), 60대 이상(1만 2000명) 등 중장년층과 비교해도 청년층의 고립이 도드라진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극심한 격차가 청년들을 ‘장기 구직’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초일류 기업들의 연봉 수준이 공개되면서 청년층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해서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거나 스펙을 더 쌓으며 기회를 기다리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층의 장기 실업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 교수는 “청년 일자리의 미래가 결국 국가 잠재성장률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사활을 걸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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