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꼽으라면 중국”…테슬라도 못피한 휴머노이드 밸류체인 [여의도란도란]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6. 5. 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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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과장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 고루 투자
휴머노이드 ETF ‘진두지휘’
美 ‘완벽한 SW’· 中 ‘제조후 수정’
피지컬 AI 개발 접근법 ‘극과 극’
배현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 과장. [이승환 기자]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 혁명이 현실 세계의 육체를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의 개막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양산 계획이 구체화되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인간형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를 정조준한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5월 19일 상장한 ‘TIME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산업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도 그중 하나다. 이 펀드의 키를 잡은 배현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 과장(33)을 만났다.

중국산 부품없인 테슬라도 어렵다
배 과장은 ‘중국 휴머노이드 밸류체인’의 무서움을 강조했다. 인터뷰 시점은 그가 중국 현지 로봇 산업 단지를 직접 탐방하고 돌아온 직후다.

“AI 산업이 GPT라는 소프트웨어를 거쳐 인프라(반도체·데이터센터)로 번졌고, 이제는 하드웨어인 휴머노이드로 확장되는 국면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부품입니다. 현재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의 70~80%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부품까지 완전 내재화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그러나 배 과장의 판단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질 때와 똑같습니다. 휴머노이드를 양산하려면 결국 중국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혹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하나를 넣고 10년씩 쓸 수 없습니다. 수많은 관절 부품과 모터가 부서지고 마모되어 몇 개월에서 1년 주기로 계속 교체해 줘야 하는 소모품 성격이 강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같은 곳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부품 하나 주문하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반면 중국은 바로 조달이 가능하죠. 이 속도 차이가 격차를 만듭니다.”

그 바탕에는 중국 정부의 ‘클러스터(산업단지)’ 지원 정책이 있다. 중국은 항저우와 베이징 등에 휴머노이드 전용 단지를 별도로 구축했다.

“항저우에 가보면 부품사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클러스터와 로봇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대규모 아카데미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로봇 산업에 진출하고 싶다고 하면, 국가 차원에서 부품 밸류체인을 통째로 연결해 줍니다. 2만 달러 밑으로 대당 단가를 낮추겠다는 테슬라의 공언이 현실화되려면, 이 강력한 중국 인프라를 타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배 과장이 분석한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개발 방식 차이도 흥미롭다. 두 국가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대하는 접근법부터 다르다.

“미국은 완벽한 소프트웨어(뇌)를 먼저 코딩한 뒤에 이에 맞는 몸체(하드웨어)를 만듭니다. 반면 중국은 ‘일단 몸체부터 만들고,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모아 고쳐 쓰자’는 주의입니다. 이러한 과감함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규제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는 중국의 드론 기업 ‘이항(EHang)’을 예로 들었다. “이항은 이미 사람을 태우는 드론(UAM)을 상용화해 띄우고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로봇에 문제가 생겨도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함과 압도적인 저비용 구조가 받쳐주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두려움 없이 피지컬 AI를 현장에 들이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포트폴리오 최상위엔 ‘현대차’
신설된 ‘TIME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산업액티브’ ETF의 포트폴리오(상장일 기준)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테슬라나 중국의 유니트리가 아닌, 한국의 ‘현대차’ 비중이 가장 높다. 배 과장은 이를 ‘선순환 구조 분석’과 ‘데이터 장벽’으로 설명했다.

“현대차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은 중국 유니트리 등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기술적 우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현대차가 ‘공장과 물류센터’를 직접 보유한 제조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현재 휴머노이드 산업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을 ‘데이터’로 꼽았다. 로봇이 현장에서 굴러가며 대량의 정제된 데이터를 쌓고, 이를 통해 다시 똑똑해지는 알고리즘이 완성되어야 하는데 대다수 빅테크는 로봇을 테스트할 거대 제조 현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완성형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서 산업 초반에 양산 마진을 가장 크게 남길 승자는 결국 이런 데이터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너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배 과장은 3년 전 AI 펀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를 복기해 보라고 조언했다.

“2023년 중순, 처음 AI 펀드가 나왔을 때 시장 이해도가 낮아 코웃음 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얼마나 파괴적으로 발전할지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죠.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가적 모멘텀은 멀지 않았습니다. 올해 3분기 테슬라의 옵티머스 양산 구체화 발표가 예정돼 있고, 중국 유니트리를 비롯한 글로벌 로봇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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