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도 골목도 없었다, 배우만 허공에서 연기”…5억으로 만든 영화의 정체 [MTR]
배우만 실사·배경은 모두 AI
AI 하이브리드 영화 ‘아파트’
기존 제작비 5분의 1에 불과
값비싼 GPU장비·전기료에
중소제작사 지원대책 ‘절실’
![경기도 파주 소재 ‘CJ ENM 스튜디오 센터’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에서 AI 하이브리드 영화 ‘아파트’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CJ EN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4/mk/20260524071803824mfng.png)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의 제작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다. 제작 공정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기술 기업과의 협업 구조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1일 서울 상암 CJ ENM 센터에서 백현정 CJ ENM 콘텐츠이노베이션 담당, 정창익 CJ ENM AI 스튜디오(Studio) 팀장, 이덕우 비전스튜디오 대표를 만나 ‘아파트’ 제작 현장의 이야기와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 정책 제언을 들었다.
백현정 담당은 “제작비가 급등하면서 외부 투자나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제작사의 IP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며 “AI는 IP를 보유한 제작사들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스스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단순 제작 툴이 아니라 산업적 생존 수단”이라고 말했다.
기술 구현의 핵심 과제는 ‘한국적 공간감’이었다. 정창익 팀장은 “기존 생성형 AI는 서구적 이미지나 지나치게 사실적·극적인 결과물 위주라 한국적 정서와 공간감을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며 “나노바나나는 영화적 질감 표현과 원하는 앵글 구현에 도움이 됐고, 제미나이와의 멀티모달 기반 소통이 작품 완성의 핵심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물 자체보다 제작 방식의 변화에 있다. 기술이 후반 작업 보조 수단에 머물던 기존 구조와 달리, 구글 클라우드는 기획·제작 전반에 관여하는 사실상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콘텐츠 기업과 기술 기업의 협업 모델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경기도 파주 소재 ‘CJ ENM 스튜디오 센터’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에서 AI 하이브리드 영화 ‘아파트’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CJ EN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4/mk/20260524071805127jsuj.png)
백 담당은 “콘텐츠 산업의 AI 전환은 이미 시작됐지만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시장 형성은 한 기업의 힘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며 “CJ ENM이 앵커 기업으로서 AI 제작사·교육기관과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얼라이언스는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과 정책 간담회를 열었고, 5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6 USA K-EXPO’에 공동 부스를 차려 KAI 콘텐츠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릴 예정이다.
비슷한 흐름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감지된다. 넷플릭스는 일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서 반복 배경과 군중 장면을 AI로 생성해 작화 공정을 줄이고 있으며, 디즈니와 픽사는 얼굴 애니메이션과 물리 기반 렌더링 과정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제작 시간을 단축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글로벌 스튜디오들이 AI를 실험 도구가 아닌 제작 인프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AI 콘텐츠 제작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GPU 장비 가격은 현재 기준 6억원에 달하고, 납품까지 최소 18주를 기다려야 한다. 전기요금도 문제다. 50여 명 규모 스튜디오 기준 월 평균 약 700만원인 전기요금이 AI 콘텐츠 제작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AI 운영 서버를 추가하면 1500여 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 대표는 “GPU를 심사를 통해 선정된 업체에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는 방식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술과 창작을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부족도 과제다.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인력은 늘고 있지만 이를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는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AI 도입의 병목이 기술이 아닌 사람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 CJ ENM 센터에서 백현정 CJ ENM 콘텐츠이노베이션 담당(오른쪽부터), 정창익 CJ ENM AI Studio 팀장, 이덕우 비전스튜디오 대표가 인터뷰 전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4/mk/20260524071806443ifcq.png)
다만 이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려면 국가 차원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백 담당은 “지금은 기업·중소 제작사·학교가 모두 개별 경쟁을 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CG 산업 초기 국가적으로 결집해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을 부흥시켰듯, AI 콘텐츠 제작 허브를 만들어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콘텐츠 제작센터 구축, 콘텐츠 특화 연구개발(R&D), 제작혁신 지원금 확대, GPU 인프라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KAI 콘텐츠 경쟁은 단순 기술 경쟁이 아닌 산업 생태계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는 대규모 자본 없이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도구”라며 “지금 정부가 생태계 기반 구축을 뒷받침해준다면 AI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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