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협정 곧 발표, 호르무즈 해협 개방될 것”···이번엔 진짜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곧 발표될 예정이며,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에서도 “미국과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는 입장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 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 다음 추후 세부적인 핵 협상을 벌이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란 양쪽 모두 강경파의 반발이 우려되는 데다, 세부 사항에서 이견이 여전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협상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지역 정상들과 통화하며 이란이 제시한 종전 합의안을 검토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도 이날 테헤란에서 만나 종전안을 놓고 오후 늦게까지 회담을 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사 IRNA가 전했다.
종전 협상이 갑자기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이란, 걸프국 간의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총리와의 통화도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의의 최종 세부 사항을 현재 논의 중이며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현재 양해각서(MOU) 최종 확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종전안 협상에서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양측의 견해가 가까워졌지만, 이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는 전날 “이란과 미국 사이에 의견 차이가 매우 크다”고 지적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변화한 것이다.
이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합의안 초안을 인용해 양측이 60일간 유효하며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는 MOU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초안에는 이란이 통행료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면, 그 대가로 미국도 대이란 해상 봉쇄를 풀고 이란이 석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 폐기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이는 우라늄 비축분 포기를 우선 합의하고 핵 프로그램 문제는 일단 유예한 뒤 향후 협상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란 주변에 주둔 중인 미군은 휴전 기간에도 계속 현장에 주둔하며 최종 합의가 이뤄져야 철수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엑스를 통해 “파키스탄은 최대한의 성의를 다해 평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조만간 (미국과 이란의) 다음 (종전)회담을 주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 통행료 징수를 포기하고 우라늄 비축분을 폐기하는데 동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앞서 이란 준관영 파르스통신은 합의가 곧 성사되면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미국과 교환한 (협정) 문서에 따르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해협은 여전히 이란의 관리하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르스통신은 “해협 관리, 항로, 통행 방식 및 허가 발급은 이란의 재량에 달려 있다”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통행 선박 수를 늘리는 데 동의했더라도 이는 결코 전쟁 이전처럼 ‘자유로운 통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바가이 대변인은 “우리는 현 단계에서 핵과 관련한 세부 사항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이 우선순위”라고만 밝혔다. 파르스통신도 “일부 미국 언론과 관리들이 ‘이란이 핵 비축분을 줄이고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잠정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합의안 초안 최종본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내 강경파는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이 ‘굴복’으로 보일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고 발표한 와중에도 “중동합중국?”이라는 글과 함께 이란 지도에 성조기를 그려 넣은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어 24일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국기가 달린 선박들이 미군 전투기의 공격을 받아 폭발하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와 함께 스페인어로 ‘작별’을 뜻하는 “아디오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협상 결렬 시 군사 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압박 신호로 해석된다.
협상에 관여하는 한 파키스탄 관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다른 걸프 지역 관계자도 “막판 이견이 언제든 협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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