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를 못 던져 좌절한다고? 고개를 들어 이 선수를 보라… 리그의 상식을 뒤엎는 남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최근 야구계는 구속 혁명의 절정기에 이르고 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KBO리그 선수들의 구속도 빨라지고 있다. 구속에 제구가 동반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제 더 이상 KBO리그에서 시속 150㎞는 희귀한 숫자가 아니다. 매일 그 구속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이 여럿 튀어 나온다.
하지만 모두가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선천적인 재능도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구속을 끌어올리다가 팔꿈치나 어깨를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투수들의 고민은 바로 ‘구속’이다. 그리고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은 좌절에 빠지곤 한다.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더 늘어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나타났다. 시속 140㎞대 초반의 공으로도 당당하게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완 최민준(27)이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완성형 선발 유망주로 뽑혔던 최민준은 예나 지금이나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5㎞ 수준,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를 갓 넘긴다.
그러나 올해 시즌 9경기에 선발로 나가 41이닝이라는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3.51로 선전하고 있다. 이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의 70%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에서는 리그 12위 수준이다. SSG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22일 광주 KIA전에서도 비록 패전을 안기는 했으나 5⅓이닝 동안 5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분전했다.

시즌을 선발로 빌드업한 선수는 아니었다. 롱릴리프 몫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광현의 부상 장기 이탈, 신인 김민준의 어깨 부상에 선발 기회를 잡았고, 이후 선발진에 안착하며 이제는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최민준의 구속은 물리적으로 빠르지 않다.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기는 하지만 10㎞의 차이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은 아니다. 하지만 최민준은 정교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타자 몸쪽과 바깥쪽을 오간다. 여기에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다. 포심은 물론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여기에 슬라이더·커브·포크볼까지 많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상대 타자 유형에 따라 던지는 패스트볼의 각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타자로서는 예상이 까다롭다. 여기에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높은 쪽 코스에 던질 수 있는 배짱도 가졌다. 예전에는 슬라이더를 높게 던지는 것은 홈런성 실투로 불렸다. 하지만 타자들의 어퍼 스윙 궤적이 많아진 요즘 시대에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통할 수 있다. 최민준은 구속이나 구종 선택, 그리고 구종의 코스 등에서도 최근 KBO리그 트렌드와 상식을 뒤엎는 남자다.
22일 광주 KIA전에서도 총 6가지 구종(KIA 전력분석팀 기준)을 던지면서 최근 기세가 좋은 KIA 타선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80구 이후 승부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을 뿐 경기력은 결과 이상의 그것을 뽐내고 있었다. 이미 리그에 많이 알려진 선수고, 올해도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빠른 공’을 펑펑 쳐 내는 리그 타자들이 최민준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이면 실력으로 봐야 한다.

다양한 구종, 그리고 제구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종합하는 ‘두뇌’ 또한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칭찬이다. 포수 김민식은 “코스를 선택해 본인이 사인을 내는데 그 코스에 공을 어떻게 던질지, 그리고 다음 공까지 다 그림을 그려놓고 던진다”면서 “잘 던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를 주름잡는 에이스 출신인 만큼 기백과 기질 또한 갖췄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떠는 법이 없다.
리그의 ‘느린 볼’ 투수들에게 희망으로 떠오른 최민준에 대해 이숭용 감독도 “내가 봐도 그 다음 공을 던지기 위해 움직이는 게 보인다”면서 “그냥 사인대로 던지는 것보다는 전력 분석과 브리핑을 토대로 본인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초반이냐 중반이냐, 볼 카운트에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다 머릿속에 그려놓고 해야 하는 게 프로 선수들이 해야 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최민준도 한때는 구속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무리를 하면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구속에 미련을 두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진화하는 느낌이 강하다. ‘제구 안 되는’ 파이어볼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최민준의 투구는 조금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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