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를 못 던져 좌절한다고? 고개를 들어 이 선수를 보라… 리그의 상식을 뒤엎는 남자

김태우 기자 2026. 5. 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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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정교한 컴퓨터 피칭으로 SSG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최민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최근 야구계는 구속 혁명의 절정기에 이르고 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KBO리그 선수들의 구속도 빨라지고 있다. 구속에 제구가 동반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제 더 이상 KBO리그에서 시속 150㎞는 희귀한 숫자가 아니다. 매일 그 구속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이 여럿 튀어 나온다.

하지만 모두가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선천적인 재능도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구속을 끌어올리다가 팔꿈치나 어깨를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투수들의 고민은 바로 ‘구속’이다. 그리고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은 좌절에 빠지곤 한다.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더 늘어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나타났다. 시속 140㎞대 초반의 공으로도 당당하게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완 최민준(27)이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완성형 선발 유망주로 뽑혔던 최민준은 예나 지금이나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5㎞ 수준,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를 갓 넘긴다.

그러나 올해 시즌 9경기에 선발로 나가 41이닝이라는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3.51로 선전하고 있다. 이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의 70%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에서는 리그 12위 수준이다. SSG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22일 광주 KIA전에서도 비록 패전을 안기는 했으나 5⅓이닝 동안 5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분전했다.

▲ 최민준은 리그 평균 이하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제구력과 코스 선정, 그리고 다양한 구종까지 많은 장점을 갖췄다 ⓒSSG랜더스

시즌을 선발로 빌드업한 선수는 아니었다. 롱릴리프 몫이 예상됐다. 하지만 김광현의 부상 장기 이탈, 신인 김민준의 어깨 부상에 선발 기회를 잡았고, 이후 선발진에 안착하며 이제는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최민준의 구속은 물리적으로 빠르지 않다.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기는 하지만 10㎞의 차이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은 아니다. 하지만 최민준은 정교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타자 몸쪽과 바깥쪽을 오간다. 여기에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다. 포심은 물론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여기에 슬라이더·커브·포크볼까지 많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상대 타자 유형에 따라 던지는 패스트볼의 각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타자로서는 예상이 까다롭다. 여기에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높은 쪽 코스에 던질 수 있는 배짱도 가졌다. 예전에는 슬라이더를 높게 던지는 것은 홈런성 실투로 불렸다. 하지만 타자들의 어퍼 스윙 궤적이 많아진 요즘 시대에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통할 수 있다. 최민준은 구속이나 구종 선택, 그리고 구종의 코스 등에서도 최근 KBO리그 트렌드와 상식을 뒤엎는 남자다.

22일 광주 KIA전에서도 총 6가지 구종(KIA 전력분석팀 기준)을 던지면서 최근 기세가 좋은 KIA 타선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80구 이후 승부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을 뿐 경기력은 결과 이상의 그것을 뽐내고 있었다. 이미 리그에 많이 알려진 선수고, 올해도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빠른 공’을 펑펑 쳐 내는 리그 타자들이 최민준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이면 실력으로 봐야 한다.

▲ 최민준은 다음 공까지 내다보는 두뇌 피칭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SSG랜더스

다양한 구종, 그리고 제구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종합하는 ‘두뇌’ 또한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칭찬이다. 포수 김민식은 “코스를 선택해 본인이 사인을 내는데 그 코스에 공을 어떻게 던질지, 그리고 다음 공까지 다 그림을 그려놓고 던진다”면서 “잘 던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를 주름잡는 에이스 출신인 만큼 기백과 기질 또한 갖췄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떠는 법이 없다.

리그의 ‘느린 볼’ 투수들에게 희망으로 떠오른 최민준에 대해 이숭용 감독도 “내가 봐도 그 다음 공을 던지기 위해 움직이는 게 보인다”면서 “그냥 사인대로 던지는 것보다는 전력 분석과 브리핑을 토대로 본인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초반이냐 중반이냐, 볼 카운트에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다 머릿속에 그려놓고 해야 하는 게 프로 선수들이 해야 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최민준도 한때는 구속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무리를 하면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구속에 미련을 두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진화하는 느낌이 강하다. ‘제구 안 되는’ 파이어볼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최민준의 투구는 조금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 풀타임 선발로서의 가능성까지 유감없이 내비치며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최민준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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