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서 세계를 중독시킨 ‘불닭 여제’로…삼양식품 ‘김정수 매직’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영업이익률 22%,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경이로운 숫자 뒤에는 재계에서 이른바 ‘김정수 매직’이라 부르는 리더십이 존재한다. 삼양식품 이사회가 김정수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하면서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그룹의 최고 정점이 마침내 채워졌다.
이번 인사는 단순히 오너 가문이라는 배경에 기댄 자리가 아니라 라면 업계 4위까지 추락했던 기업을 글로벌 K푸드의 선두 주자로 재건해 낸 ‘철저한 성과 중심 리더십’의 공식화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4년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그는 외환위기와 우지 파동으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리자 경영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2년 전 세계를 매료시킨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키며 삼양식품을 내수 기업에서 수출 주도형 글로벌 거물로 탈바꿈시켰다.

Appearance
불닭 부스에선 핑크를 입는다 : 맥락을 지배하는 ‘옷차림 리더십’
김정수 신임 회장의 패션은 철저히 비즈니스 목적과 현장 맥락에 맞춰 변화하는 ‘전략적 카멜레온’의 형태를 띤다.
공식 프로필 사진에서 보여주는 귀를 단정하게 드러낸 쇼트커트 헤어스타일과 칼라가 각 잡힌 화이트 셔츠, 그리고 정갈한 블랙 블레이저의 조합은 그가 지향하는 경영자로서의 확고한 권위와 전문성을 단번에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포멀한 권위는 현장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된다. 전통의 계승과 브랜드의 현대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스타일링도 탁월하다.
삼양1963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과거의 헤리티지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크림 옐로 컬러의 재킷과 블랙 하의를 매치해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콰이어트 럭셔리 룩’을 보여주었다.
그의 패션 감각이 가장 돋보인 순간은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인 ‘아누가(Anuga) 2025’ 현장이었다.
핫핑크가 주를 이루는 불닭 브랜드 부스 공간의 시각적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소프트한 인디 핑크 계열의 슈트를 착용하되 광범위한 박람회장을 직접 발로 뛰기 위해 굽이 낮은 플랫 로퍼를 매치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Behavior
위기를 기회로 바꾼 김정수의 ‘현장 중심적 행동주의’
경영 경험이 전무했던 주부가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집요하고도 과감한 ‘현장 중심적 행동주의’에 있다.
입사 초기 삼양식품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방 안에 앉아 보고서를 받는 대신 전국 영업소를 직접 돌아다니며 생존 돌파구를 찾았다. 이러한 철저한 현장 관찰 정신은 삼양식품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불닭볶음면 개발 스토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고등학생이던 딸과 명동 거리를 걷다가 매운 닭갈비집 앞에 길게 늘어선 젊은이들의 줄을 보고 단순한 유행이 아닌 ‘강렬한 매운맛’의 시장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포착해낸 것이다. 그의 행동력은 아이디어 포착에 그치지 않고 지독할 정도의 실행력으로 이어졌다.
개발 과정에서 닭 1200마리와 소스 2톤을 갈아 넣으며 매일 시식에 참여했고 연구원들이 혀가 마비될 정도의 고통을 호소할 때도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
출시 초기 시장에서 “너무 매워서 사람이 먹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쏟아졌을 때도 제품 본연의 정체성을 타협 없이 밀어붙인 배짱과 뚝심은 오늘의 불닭 신화를 만든 결정적 행동이다.
지금도 그의 무대는 집무실이 아닌 글로벌 현장이다. 영하의 날씨와 시차를 불문하고 독일 쾰른의 박람회장을 직접 누비며 글로벌 CX(고객경험)를 점검하고 중국 자싱 공장 건설과 밀양 제2공장 준공 등 공급망 확대를 과감하게 결단하는 모습은 그가 단순한 대리 경영자가 아닌 ‘전략적 야전 사령관’임을 증명한다.

Communication
공장과 세계를 잇는 삼양의 서사, 그 중심의 공감 소통
김 신임 회장의 소통 스타일은 화려한 수사나 딱딱한 수치 대신 가치와 경험, 그리고 인간적 유대를 중심에 두는 ‘서사형 공감 소통’이다. 승진 직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그의 소회 글은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는 매출 2조원 돌파나 높은 영업이익률 같은 경영 성과를 자랑하는 대신 “회장이라는 두 글자에 영광보다 무게가 먼저 느껴진다”며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먼저 고백했다. 이어 “성과 뒤에 있는 공장 노동자, 영업직, 연구진 등이 보인 진심에 전 세계 소비자가 반응한 것”이라며 숫자의 공을 철저히 임직원의 노고로 돌렸다.
또한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철학인 ‘식족평천하(食足平天下)’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단순한 식품 판매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과 웰빙에 기여하는 ‘살아가는 방식의 제안’으로 브랜딩 메시지를 확장하는 소통 능력을 보여줬다.
그의 소통은 내부를 향할 때 따뜻하지만 외부를 향할 때는 날카롭고 단호하다. 올해 초 대통령 주재 경제전략 회의에서 해외 상표권 분쟁에 따른 K브랜드 보호 필요성을 작심하고 발언한 일화는 그가 국가적 무대에서도 삼양식품과 K푸드의 이익을 대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불닭의 달콤한 감옥을 깨부수고 ‘평천하’를 이룰까
그의 회장 취임은 성과로 입증된 리더십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그가 해결해야 할 거대한 과제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의 현재 매출 구조는 불닭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는 브랜드의 메가 히트가 가져다준 달콤한 축복인 동시에 글로벌 트렌드 변화나 예기치 못한 시장 규제에 직면했을 때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달콤한 감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닭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2, 제3의 성장 엔진을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현대적 의미의 ‘식족평천하’, 즉 먹는 것에서 살아가는 방식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스,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내수 중심의 제조업 시스템에서 급격하게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체질이 전환된 만큼 전 세계 100여 개국에 통용될 수 있는 정교한 글로벌 표준 시스템 구축과 현지화 전략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그가 거대 글로벌 식품 기업의 수장으로서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영속 가능한 기업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전 세계 시장이 그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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