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 6억 후폭풍...勞勞 흔들고 모두 문제로

직원 한명당 6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성과급 합의안은 파업에 버금가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부문별 성과급 격차에 따른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로 '이익 N% 일괄 분배' 요구가 확산할 조짐이다. 하청업체와 지역사회도 과실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주주들은 이 모든 게 상법상 권한 침해라고 반발한다. 누구보다 허탈한 건 이해관계 밖의 사람들이다. 상식을 벗어난 분배 규모와 방식이 사회 구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노사의 잠정 합의안이 나온 후 삼성전자 내부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22일 오후 2시부터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극단적인 노노 갈등으로 안갯속에 빠져 있다. 사업 부문 간 100배 성과급 격차가 조직 내 박탈감과 분노를 자극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340조원에 달한다고 가정할 때 메모리(DS) 소속은 6억3000만원을 받지만, 완제품(DX)은 OPI(초과이익성과금) 제외시 600만원만 받게 된다. 공동 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진 초기업노조가 비반도체 노조에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해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애써 수습한 위기가 또 다른 형태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승규 일본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은 성과급을 올리거나 제도화하는 식의 경제적 이득을 쟁취하려는 파업일 경우에는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한다"며 "노동조합법 제43조를 개정해 파업권 못지 않게 사측의 조업 계속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합의의 충격파를 걱정한다. 단순히 한 기업이 낳은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안일하게 평가하기엔 부담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기업의 이정표 역할을 하던 삼성의 행보를 따라 다른 대기업 노조로 이익 N% 요구 동일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와 한화, LG를 비롯해 금융권에선 카카오가 성과급 요구 행렬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상대 교섭권을 쥐게 된 하청업체 노조들도 가세할 기세다. 양대 노총은 성과를 독식하지 말고 하청 노조와 지역사회에도 분배하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재원이 될 사업 성과 기준도 뜨거운 감자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연동해 할당하는 이번 합의가 상법상 주주 권한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이재용 삼성 회장 자택 앞에 몰려 시위도 벌였다. 다만 삼성 노조는 초반 영업이익을 고집했다가 경제적부가가치(EVA)로 조정할 여지를 남겨뒀다. 이로 인해 비용구조를 줄일 수 있다지만 한해 300조 영업익을 예상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고정적 비용 지출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하면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반도체 투자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삼성을 추격하는 중국 D램 제조사인 CXMT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생산능력 확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테슬라조차 기술패권 경쟁 촉발로 반도체 공급 부족을 염려해 170조원이 넘는 반도체 공장을 직접 짓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만든 이익의 상당부분을 고정적으로 10년간 근로자에게 지급해버리면 투자여력이 크게 위축되고 경영전략에서 경직성이 크게 나타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일반 상식을 크게 벗어난 파격 보상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허탈과 박탈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는 탄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이 받는 수 억원의 성과급은 일반 중소기업 연봉 20년치에 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AI 시대가 열어젖힌 극명한 차이가 가져온 나비효과"라며 "잘 나가는 업종만 엄청난 이익을 얻으면서 그렇지 못한 전통 업종, 심지어 평균보다 못한 업종간의 균형을 일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했다.
천문학적 이익분배 문제는 공론의 장으로 넘어왔다. 개별 기업간 협상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 모두의 문제가 됐다. 전례없는 AI 초호황과 막대한 이익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분해야 하는 복잡한 난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