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였던 철도마을…삼성4구역 재개발 앞둔 마지막 풍경 [르포]

함성곤 기자 2026. 5.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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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동 근대 철도관사 철거 전 마지막 기록]
대전 동구 삼성동 재개발 예정구역 내 한 일본식 목조주택. 사진=함성곤 기자
대전 동구 삼성동 재개발 예정구역 내 한 상가. 지나온 세월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문 위 '참기름', '소금도매' 등의 글자 표기가 인상 깊은 모습. 골목에는 출입금지 펜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얇은 빗줄기가 바람에 흩날리던 21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대.

낮은 처마와 오래된 담장 등 근대 역사의 흔적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해 주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네다. 하지만 길 하나를 건너자,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길 건너편에는 대전역세권 재개발 중심에 놓인 중앙1구역과 삼성4구역 일대로, 철거가 예정돼 있어 사람의 발길이 없다시피 했다.

낡은 건물과 골목 곳곳에는 출입을 막는 안내문과 펜스가 세워져 있었고, 문이 닫힌 상가와 빈집들은 이곳의 시간이 오래전부터 멈춰 있었음을 방증하는 듯했다.

이 일대에는 오래된 일본식 목조주택 형태의 건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거주하거나 소유했던 일본식 건축물은 광복 이후 '적들이 남긴 재산'이라는 뜻에서 '적산가옥'이라고도 불렸다.
대전 동구 삼성동 재개발 예정 구역 내 한 골목. 외벽은 벽돌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고, 래커로 새긴 듯한 '붕괴 위험'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사진=함성곤 기자

일부 건물은 외벽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져 있기도 했지만, 낮은 처마와 목재 구조, 좁은 마당 등 당시 주거 형태를 짐작하게 하는 흔적은 그대로였다.

이곳 철도관사촌은 대전이 철도 도시로 성장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대전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커진 도시였고, 광복 이후 대전역과 중앙시장 주변에는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삼성동과 소제동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 집에 적게는 4명, 많게는 10명 가까이 모여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한때는 사람으로 북적이던 동네였다.

삼성4구역 안에서 1970년부터 세탁소를 운영해 온 강모 씨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운영한 지 50여 년이 넘은 강 씨의 세탁소. 허름한 모습이지만, 내부에는 단골손님들이 세탁을 맡긴 옷이 아직 가득차 있었다. 사진=함성곤 기자

세탁소 안에는 색이 바랜 바닥과 오래된 창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천장에는 손님들이 맡긴 옷들이 걸려 있었고, 그중에는 코레일 직원들의 옷도 눈에 띄었다.

철거가 확정되면 짐을 모두 빼야 하지만, 그는 아직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가게 문을 열고 있다고 했다.

강 씨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1970년대였는데, 그 땐 집마다 10명이 넘게 살며 달동네 같은 분위기였다"며 "대전역과 시장이 가까워서 사람들도 많이 다녔고, 나 역시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 씨가 장사를 이어온 이곳 일대는 이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대전시는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된 적산가옥들을 방치하지 않고, 근대 유산으로 남기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사를 모두 제자리에 남기는 방식은 아니지만, 철거 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는 목재와 구조 부재 등을 따로 남겨 전시와 교육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주민들은 근대 유산을 남겨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소제동의 외부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곳 역시 사람이 찾는 공간으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인근에서 만난 시민 권모 씨는 "소제동을 찾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길 건너편은 너무 어둡고 낡은 느낌이 강하다"며 "옛 건물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주변이 같이 정비돼야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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