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피해 맨몸으로 탈출… 45세에 ‘제2 전성기’ 티나 터너
2023년 5월 24일 84세

‘로큰롤 여왕’ 티나 터너(1939~2023)는 18세 때인 1957년 작은 클럽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본명은 애나 메이 불록. 밴드 리더였던 아이크 터너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봤다.
아이크는 만화 ‘정글의 여왕’ 주인공 ‘시나’를 변형해 ‘티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1960년 듀오 ‘아이크 앤 티나 터너’를 결성했다. 터너 듀오는 ‘A Fool in Love’(1960)로 시작해 ‘Proud Mary’(1971)까지 잇달아 히트곡을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아이크와 티나는 1962년 결혼했다. 티나는 훗날 “청혼을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1978년 이혼 후 아이크의 폭력을 폭로했다.

“그들 이혼은 ‘성격 차이’ 같은 흔한 이유가 아니었다. 1981년 티나 터너는 피플지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그가 미친 듯이 두려웠다” “임신 중 구두 늘리는 기계로 맞았다” “펄펄 끓는 커피를 던졌다” “입에 피를 머금고 노래했다” 1968년 자살 시도, 1976년 돈 36센트와 주유 카드만 들고 가출한 사연, 놀랄 만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하층민 문제라 여겼던 가정 폭력이 스타 가정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에 대중이 경악했다.”(2023년 5월 26일 자 A21면)
이후 생계를 위해 라스베이거스 밤무대에도 섰다. 이혼 후 낸 앨범 두 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1984년 앨범 ‘Private Dancer’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수록곡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Better Be Good to Me’가 잇달아 히트했다. 이듬해 롤링스톤스 리더 믹 재거와 함께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이어 105일간 북미 공연에 나섰다.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 10인 중 한 사람으로도 선정됐다. 당시 기사는 소식을 전하면서 ‘로큰롤 여왕 된 매맞던 아내’라고 제목을 달았다.

“얼마 전 아프리카 난민 돕기 자선 공연을 통해, 20년 친구인 미크 재거와 격한 열창 솜씨를 펼쳤던 로큰롤계의 여성 가수 티나 터너. 85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로큰롤 여가수상·레코드상·노래상을 휩쓸었던 그는 하반기 들어서도 미국 순회 공연과 영화 ‘매드 맥스’ 등으로 한층 그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사자 갈기 같은 황금빛 머리, 강렬한 음색, 거기다 짧은 가죽 치마에 그물 모양의 스타킹 차림으로 무대 위를 뛰고 날고(?) 차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45세의 그것이라곤 할 수가 없다. 노래뿐 아니라 몸동작 하나하나에도 열과 성을 쏟는 그녀는 최근 미국 ‘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誌) 조사에서 미국 젊은이가 숭배하는 우상 10인의 한 사람으로 꼽혔을 정도다.
‘개성과 와신상담의 의지’로 현대 대중사회의 영웅이 된 슈퍼스타 티나 터너지만, 70년대 중반까지 남편의 학대와 폭력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고통받던 ‘매 맞는 아내’였다. 그는 “오늘 나의 성공은 남편 아이크를 벗어나면서 이룰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1985년 8월 18일 자 8면)

1988년 은퇴 의사를 밝혔다. “27년 동안 계속해온 노래와 춤을 이제는 그만둘 때”라고 했지만 이내 무대로 돌아왔다. 51세 때인 1990년 유럽 공연에 나서 건재를 과시했다.
“팝스타 티나 터너가 최근 유럽에서의 콘서트를 대성공으로 이끌어 만년 스타로서의 성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라고 이름 붙여졌던 이 유럽 순회 공연은 팬들의 열광에 힘입어 장장 10주간이나 연장 공연을 해 팝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의 노래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던 팬들의 수는 거의 100만명에 이르렀다. 특히 10만명에 가까운 팬들이 구름처럼 운집한 가운데 열린 영국 런던 근교 워번 에비 공연에선 티나 터너의 열렬한 팬인 다이애너 영국 황태자비도 구경을 왔다가 무대 뒤의 티나를 직접 찾아보는 열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1990년 10월 12일 4면)

티나 터너의 삶과 노래를 담은 영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1994년 개봉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인’을 매년 뽑아온 미 연예 주간지 ‘피플’은 2000년 61세 티나 터너를 선정했다.
74세 때인 201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85년 만난 16세 연하 연인인 독일 음악인 에르빈 바흐와 이해 결혼하고 스위스로 이주했다. 재혼 10년 만인 2023년 5월 24일 암 투병 끝에 취리히 근처 퀴스나흐트의 호숫가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부음 기사는 고통스러운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평화로왔던 만년(晩年)을 서술하며 끝을 맺었다.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죽음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박차고 나와야 할 때 나왔고, 그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두 아들을 먼저 보냈고, 맹렬히 살고 맹렬히 노래한 암사자. 노년은 평화로웠다. 스위스 그녀 집 앞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오 이전에는 벨을 누르거나 배달하지 말아 주세요.””(2023년 5월 26일 자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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