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활동가’ 김아현 논란 가열… ‘평화 연대’ vs ‘실정법 위반’

윤상호 2026. 5. 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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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 씨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지정한 ‘여행금지’ 명령을 어기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 씨가 강제 추방돼 지난 22일 귀국했다. 일각에선 그의 평화 운동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또다른 쪽에선 정부가 지정한 여행금지 지역을 두차례나 무단 방문했다는 점에서 실정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씨는 초등 대안학교 시절부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반대 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인도주의의 확장”

옹호 측은 김 씨의 행보를 고립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결단으로 평가한다. 좌파성향의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김 씨에게 제21회 들불상을 수여하며 “국경을 넘어선 평화 연대의 실천”이라고 했다.

귀국한 김 씨 또한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기본 권리가 있다”며 국가의 통제 정책인 여권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의 진압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고막이 파열됐다며,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는 국내 방산기업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명령 무시하고 공권력 조롱한 ‘무단 출국’”

외교부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지난해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가자지구 전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허가 없이 이 지역을 방문할 경우 여권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김 씨는 가자지구 재입국 시도를 공언해 왔으며, 정부는 법에 따라 김 씨에게 여권반납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김 씨는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불응했고, 지난 4월 외교부가 여권을 최종 무효화하기 직전 해외로 출국했다. 김 씨 측은 법원에 여권 무효화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공공복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사법부와 행정부의 경고를 모두 무시한 채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한 무단 방문이 국가에 과도한 외교적 부담을 야기했다는 게 비판 요지다. 국민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위험에 처했을 때만 국가의 보호를 요구하고, 귀국해서는 도리어 법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게 정상적이냐는 지적이다.

◆ 여권법 위반 사법처리 도마 위에… 법치주의 확립 계기 삼아야

외교가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의 신념’을 명분 삼아 국가 시스템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여권법 제26조에 따르면 여행금지 지정을 위반해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주의나 평화라는 가치가 실정법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며 “수사당국은 김 씨의 여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법치주의의 엄정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와 북한 동포 인권에도 관심을”

직장인 김 모(47)씨는 “정부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위험 지역에 제 발로 들어가 국제적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 뒤처리는 국가 외교력과 국민 세금으로 한 것 아니냐”며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한 법치 파괴 행위에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모(53)씨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2명이나 북한 동포의 인권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는 정부가 역사적으로 갈등의 뿌리가 깊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과 관련한 ‘활동가’의 인권에만 관심을 갖는 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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