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경영 <18> '리멤버 타이탄'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 삼성전자 1조달러 시대… 갈등을 넘어 하나의 팀이 되는 법

2026년 5월 6일, 한국 증시는 오래 기억될 장면을 남겼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넘어 7384.56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14.4%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약 1466조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2025년 사상 최대 연간 매출 달성에 이어 2026년 1분기에도 매출 133조9000억원과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는 점은 시장의 기대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환호와 함께 불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 폐지와 연간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재원 배정을 요구하며, 합의 불발 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 문제는 노사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 풀기 어렵다. 구성원은 기여를 인정받고자 하고, 경영진은 미래 투자를 위한 여력을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향한 기대는 한국 경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큰 성과는 늘 어려운 질문을 동반한다. 누가 그 성과를 만들었고, 그 결실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이 긴장을 새로운 도약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 보아즈 야킨 감독의 영화 ‘리멤버 타이탄(Remember the Titans, 2000)’은 갈라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되기까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게티즈버그의 새벽, 팀을 깨우다
영화는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인종 통합 조치로 흑인과 백인 학교가 합쳐지면서, 서로를 경계하던 학생들이 한 미식축구팀에 묶인다. 새로 부임한 흑인 감독 허먼 분(덴젤 워싱턴)은 첫날부터 선수들을 따로 두지 않는다. 버스 좌석을 섞고, 같은 방을 쓰게 하고, 훈련장에서 서로의 몸이 부딪히게 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함께 있다고 마음까지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선수들의 마음은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었다.
전환점은 새벽 달리기에서 찾아온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각, 분 감독은 선수들을 깨워 긴 숲길을 달리게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 선수들 앞에 게티즈버그의 묘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은 남북전쟁 당시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쓰러진 자리였다. 분 감독은 과거 이곳에서 사람들이 미움과 분열 때문에 죽어 갔고, 지금 하나가 되지 못하면 우리 역시 무너질 것이라 말한다. 그 순간 선수들은 자기들의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팀 전체의 생존을 흔드는 문제임을 깨닫는다. 이후 선수들은 서로를 외면한 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훈련장에서 넘어진 동료에게 손을 내밀고, 경기장에서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한 발 더 뛴다. 서로의 실패와 성공을 함께 짊어지는 순간, 타이탄은 비로소 하나의 팀으로 변해 간다.
그 변화의 의미는 훗날 병실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서로를 방해물처럼 여기던 백인 주장 게리 버티어와 흑인 수비수 줄리어스 캠벨은 어느새 팀의 중심에 함께 서는 동료가 된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게리를 줄리어스가 찾아갔을 때 간호사는 가족만 면회할 수 있다며 그를 막아선다. 그때 게리는 망설이지 않고 줄리어스를 자기 형제라고 부른다.
서로를 믿지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자, 타이탄은 마침내 13승 무패의 기록으로 버지니아주 챔피언에 오른다.
주인의식은 구조에서 자란다
경영에서 이런 힘은 주인의식(ownership)으로 설명된다. 주인의식은 맡은 일을 성실히 처리하는 태도를 넘어 구성원이 자기 행동을 조직의 결과와 연결해 보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상태다. 이 힘은 추상적인 애사심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목표가 분명하고, 각자의 역할이 그 목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일 때 자란다. 목표가 흐릿하면 구성원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그 틈에서 저마다 숨은 의도가 싹튼다.
분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함께 앉고, 자고, 뛰고, 서로를 알아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그 구조 안에서 상대를 함께 승리를 거둘 동료로 보기 시작했다. 자기 움직임 하나가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책임은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내부의 감각이 되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장 직원이 품질 문제를 즉시 보고하는 조직, 영업 담당자가 단기 매출보다 고객 신뢰를 먼저 생각하는 조직은 모두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회사가 시켜서 한다’고 느끼는 구성원은 맡겨진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반대로 결과를 ‘내 일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구성원은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

갈등을 조율로 바꾸는 힘
주인의식은 갈등을 없애는 힘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조직을 다시 공동 목표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도요타의 안돈(An-don) 시스템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안돈은 ‘등불’을 뜻하는 일본어로, 생산 현장에서 문제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 장치를 가리킨다. 도요타는 품질 이상을 발견하면 작업자가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게 했다. 이는 품질을 현장의 공동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한 제도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 문화도 같은 원리다. 세세한 승인 절차를 줄이는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했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이 공동 목표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할 때 조직은 빠르게 움직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성과 배분 논의는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조율의 과정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승패의 언어로만 해석하지 않는 일이다. 경영진은 장기 투자와 재무 안정성, 글로벌 고객 신뢰를 함께 살펴야 한다. 구성원은 자기 기여가 공정하게 인정되기를 바란다. 두 요구는 때로 충돌하지만, 기업의 지속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는 서로 만날 수 있다. 그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동 목표다. 공동 목표가 분명하면 보상 논의도 단순한 몫 다툼을 넘어 미래 성과를 함께 키우는 대화가 된다.
더 큰 목적 앞에 다시 함께 서기
‘리멤버 타이탄’의 감동은 갈등이 사라진 데 있지 않다. 분 감독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서로의 역할이 팀의 승패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몸으로 깨닫게 했다. 그 과정에서 타이탄은 흑백을 넘어 하나의 팀이 되었다. 기업에서도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 생산라인을 지키는 사람, 고객과 시장을 상대하는 사람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성과가 나온다. 그래서 주인의식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요구하는 태도가 아니라, 공동 목표를 함께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관계의 힘이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반도체 경기의 부침,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한국 제조업과 수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기술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의 책임과 기여를 인정하며 더 큰 목표를 향해 조율하는 힘이다. 노사가 같은 배를 탔음을 인정할 때 성과를 둘러싼 논의도 분열이 아니라 다음 성장을 준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타이탄이 강했던 이유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승리를 자기의 목표와 책임으로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갈등의 시간을 더 큰 도약을 위한 조율의 시간으로 바꾸어 가기를 기대한다. 노사가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면, 시장의 환호는 일시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산업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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