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광주 맞아?”…충장로 70m 골목에 펼쳐진 ‘홍콩의 밤’
양꼬치·훠궈 등 음식점 등 영업
청년세대 발길 멈추는 ‘포토 스팟’
중·장년층엔 그 시절 낭만 자극
쇠퇴한 원도심 상권 살리기 주목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한복판, 붉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골목이 있다. 마치 1990년대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충장로 '홍콩골목'이다. 침체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지난해 10월 폐점포가 밀집해 있던 약 70m 구간을 새롭게 단장해 조성했다. 붉은빛 네온사인과 홍콩 콘셉트의 음식점, 이국적인 표지판 등이 들어서며 원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기능하고 있다.

시각·후각 사로잡은 MZ세대 성지
최근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SNS에서도 이곳은 '광주 핫플', '충장로 야장', '이색 데이트 코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여권 없이 떠나는 홍콩 여행", "스냅 사진 명소"라는 키워드로 2030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는 중이다.
광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에서 왔다는 임모(22)씨 역시 홍콩골목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임씨는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골목 구석구석을 촬영하며 "지난 2월에 실제 홍콩 여행을 다녀왔는데, 당시 느꼈던 특유의 분위기가 이곳에도 배어 있다. 화려한 도심보다는 낡고 빈티지한 멋이 있는 침사추이 외곽 골목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어른들의 시간 여행… "유덕화가 걷던 그 길인 듯"
홍콩골목은 젊은 세대에게는 트렌디한 포토존을, 중장년층에게는 시절의 향수를 선사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황모(63)씨는 골목을 거닐며 과거의 낭만에 잠긴 모습이었다.
황씨는 "아까 지나가던 분에게 부탁해 기념사진도 남겼는데 아주 멋지게 잘 나오더라"며 "옛날에 홍콩영화를 참 많이 봤었는데 딱 그 시절 느낌이 난다. 유덕화나 양조위가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만 같은 거리"라고 감탄했다.
쇠퇴한 원도심 살릴 상권 살리기
하지만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는 쇠퇴한 원도심의 씁쓸한 현실도 자리하고 있다. 전남 출신으로 과거 충장로의 전성기를 생생히 기억하는 황씨는 "옛날 충장로는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번화했던 곳인데, 요즘은 상권이 많이 죽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렇게 특색 있는 거리를 조성하는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계기로 침체된 골목 경제가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방문객 체류시간 늘릴 콘텐츠 필요
충장로 홍콩골목은 단순한 '인증사진 명소'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침체된 원도심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현재 조성 구간이 70m 남짓에 불과해 체류형 공간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동선 탓에 사진 촬영 이후 곧바로 자리를 떠나는 방문객이 많아 상권 전반으로 소비 효과가 확산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콘텐츠 보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형적 분위기 조성에 그치지 않고 공연·전시·야간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연계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율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