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佛 렌 공장서 '둥펑 보야' 전기차 생산…EU 관세 장벽 뚫는다
우한 푸조·지프 생산에 이어 프랑스 보야 생산까지 '상호 교차 생산' 본격화

[더구루=김예지 기자] 스텔란티스가 중국 둥펑자동차와 손잡고 프랑스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강력한 관세 규제를 우회하고, 유럽 내 유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와 둥펑자동차는 최근 유럽 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합작의 핵심은 둥펑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보야(Voyah)' 차량을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프랑스 렌(Rennes)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것이다. 합작법인은 스텔란티스가 51%, 둥펑이 49%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추진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생산 위탁을 넘어선 '상호 호혜적' 동맹의 성격이 강하다. 양사는 앞서 중국 우한 공장에 10억 유로(약 1조 7600억원)를 공동 투자해 푸조와 지프 브랜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즉, 스텔란티스는 중국 시장 내 생산 효율화를 얻고, 둥펑은 유럽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교차 생산'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둥펑으로서는 이번 결정을 통해 EU의 관세 장벽을 돌파할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출할 경우 높은 관세가 부과되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 이러한 부담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둥펑은 지난달 베이징 모터쇼에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400만 대 달성 및 해외 판매 비중 40% 이상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프랑스 거점은 그 핵심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스텔란티스 입장에서도 렌 공장의 유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 전략이다. 지난 1960년 설립된 렌 공장은 과거 연간 40만 대를 생산하던 핵심 기지였으나, 최근에는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SUV 한 차종만 생산하며 가동률이 저하된 상태였다. 보야 전기차 생산 라인을 추가함으로써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투자자 설명회에서 이번 합작 내용을 포함해 북미와 유럽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 현지 생산' 움직임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미 샤오펑과 광저우자동차(GAC)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를 통해 현지 위탁 생산을 진행 중이며, 체리(Chery) 또한 유럽 내 공장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U의 탄소중립 정책과 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게 유럽 현지 생산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고 보고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유럽 제조사와 중국 기업 간의 전략적 동맹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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