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REVIEW] 이런 북한 축구 있었나...한국에서 15억원 방긋, 아시아 챔피언 등극 → AWCL 결승서 일본 도쿄 베르디에 1-0 승리

조용운 기자 2026. 5.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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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대한민국에서 아시아 최고 권위의 무대를 완전히 정복했다.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단판 승부에서 일본의 명가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국제 여자 축구의 급성장 흐름에 맞춰 AFC가 2년 전 야심 차게 출범시킨 AWCL은 아시아 최고의 여자 축구 클럽을 가리는 메이저 대회다. 이번 시즌 AFC는 준결승과 결승을 중립 지역에 모아 치르기로 결정했고, 지난 3월 수원FC 위민이 4강 진출에 성공하자 대한축구협회가 개최권을 확보해 수원이 최종 결전지로 선정됐다.

대회 전만 해도 얼어붙은 남북 관계 탓에 북한 클럽의 방남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내고향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북한 여자 축구 클럽 역사상 첫 방남이라는 상징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성인 여자 축구 대표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의 방남이었고, 스포츠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8년 탁구세계선수권대회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남북 스포츠 교류였다.

한국을 찾아 국제대회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화제인데 내고향은 단순한 참가를 넘어 정상 등극과 함께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까지 거머쥐며 가장 강렬한 결말을 써냈다.

이번 결승전은 내고향의 설욕전과 다음없었다.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도쿄에 0-4 완패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경기 전 내고향 벤치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자신감을 드러냈고, 에이스 김경영과 정금을 최전방에 세우는 공격적인 투톱 전술을 꺼내 들었다.

이에 맞서는 도쿄 역시 지난 경기 멀티골의 주인공 시오코시 유즈호와 나오모토 히카루 등을 선발로 내세우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킥오프 직후부터 경기장은 거친 몸싸움과 빠른 공수 전환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반 11분 내고향 주장 김경영의 슈팅 시도가 무산된 직후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관중석에서 거대한 박수와 함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전반 15분에는 도쿄의 시오코시가 측면을 완전히 허물며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내고향 수비수 리유정이 몸을 던지는 육탄 방어로 막아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우승한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경전도 점점 거칠어졌다. 전반 33분 도쿄의 신조 미하루가 거친 태클로 퇴장 여부를 비디오 판독(VAR)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심은 최종적으로 경고를 꺼내 들었다.

다만 어수선함에서 내고향이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 전반 36분 정금이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관중석의 탄식을 자아냈다.

팽팽하던 흐름은 결국 전반 종료 직전 단 한 번의 완벽한 역습으로 깨졌다. 전반 44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와 강하게 부딪치며 볼을 지켜낸 정금이 폭발적인 돌파로 공간을 만들어냈다. 문전으로 쇄도하는 김경영에게 낮은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잡은 김경영이 골키퍼와 맞서는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밀어 넣으며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골망이 흔들리자 통일부가 3억 원을 지원해 구성한 한국 측 시민단체의 내고향 응원단에서는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전에도 내고향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후반 2분과 3분 연속으로 정금이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무너뜨린 뒤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한 김경영이 강력한 헤더를 연달아 시도했다. 하지만 도쿄 골키퍼 오바 슈가 믿기 힘든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궁지에 몰린 도쿄는 혼다 모모카와 우지하라 리호나, 우츠기 루미 등 벤치 자원을 대거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섔다. 내고향 역시 후반 13분 최금옥을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고, 경기장은 점점 더 거칠고 빠른 흐름으로 치달았다.

후반 막판 도쿄가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자 내고향은 단단한 밀집 수비로 버티면서도 날카로운 역습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도쿄는 종료 직전까지 동점골을 위해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내고향의 수비 집중력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추가시간 4분이 모두 흐른 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내고향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아 서로를 끌어안았다. 한국에서 펼쳐진 역사적인 결승전의 마지막 승자까지 거머쥔 내고향은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우승한 내고향 리유일 감독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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