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는 흐릿하게 모자이크, 수원에선 보란 듯 인공기 세리머니…北 내고향, 日 꺾고 그라운드 퍼레이드 환호

조용운 기자 2026. 5.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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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우승 뒤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태극기를 철저히 가리고 지우면서도, 정작 한국 땅에서 자신들의 국기를 거리낌 없이 흔들어댔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 최강 자리에 올랐다.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내고향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의 주인공까지 거머쥐면서 북한 체육계가 방남한 이래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아시아 여자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결승답게 양팀은 전반 내내 팽팽한 공방전을 펼쳤다. 색깔은 확연하게 달랐다. 도쿄 베르디는 일본 특유의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야금야금 점유율을 잡아나가는 스타일이라면 내고향은 선이 굵지만 파워를 갖춘 움직임으로 한방을 노렸다.

균형을 먼저 깬 쪽은 내고향이었다. 전반 44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롱볼을 정금이 왼쪽 측면에서 받았다. 도쿄 수비수 1명을 강한 몸싸움 끝에 따돌렸고, 곧바로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경영에게 연결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고향의 주장이자 북한 여자대표팀 주전 공격수이기도 한 김경영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차분하게 골로 연결했다.

결국 이 한 방이 결승골이 됐다. 내고향은 후반에도 같은 방식으로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만회골을 위해 공세를 펴던 도쿄가 먼저 지친 기색을 보여주면서 내고향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벤치에 있던 내고향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한데 뭉쳐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인공기를 힘차게 흔드는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이미 지난 4강전에서 수원FC 위민을 꺾은 뒤에도 피치 위에서 인공기를 펼쳐 들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장면이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수원 한복판에서 반복된 이 풍경은 묘한 감정을 남겼다.

▲ ▲ 북한의 내고향팀이 지난 20일 한국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수원팀을 2대1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 ▲ 북한의 내고향팀이 지난 20일 한국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수원팀을 2대1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더욱 아쉬운 대목은 남측 안방을 사실상 홈구장처럼 활용하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북한이 정작 자국 인민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방식은 상당히 이중적이었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앞서 열린 수원FC와의 준결승전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선수들이 폭우 속에서 경기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지만, 사진 속 수원FC 선수들 유니폼에 달린 태극기 문양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흐릿하게 처리했다. 그나마 개최 장소를 한국이라고 표현해 몇년 전까지 괴뢰라 칭했던 호칭에서는 부드러워진 모습이지만, 태극기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상당히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크게 화제가 된 통일부의 3억 원 지원 대규모 응원 분위기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고향 선수단도 실향민 단체들이 보낸 일방적인 응원 열기에 어떠한 언급도, 인사도 하지 않았다.

▲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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