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해외여행, 가방 속 ‘전자담배’ 때문에 벌금 폭탄 맞는다 [김현종의 백세건치[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보통 여권과 환전, 항공권 정도만 신경 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행가방 속 작은 전자담배 하나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자담배가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 물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공항 입국 시 전자담배가 적발될 경우 압수는 물론 벌금이나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최근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APDF) 치학공중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전자담배 정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가별 규제 수준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국가는 일반 담배와 비슷하게 관리하지만 어떤 국가는 아예 수입과 판매, 소지까지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담배 반입 금지 국가는 태국, 홍콩, 마카오,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이다. 특히 태국은 관광객 적발 사례가 자주 알려지는 나라다. 현지에서는 전자담배 소지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벌금 부과나 경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콩과 마카오는 공항 반입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국가 차원의 강력한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도 전국적인 전자담배 금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규제하에 전자담배를 허용하고 있지만 공공장소나 실내에서 사용을 규제하고 있어 전자담배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이유는 단순히 흡연이 몸에 해롭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자담배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다양한 향이 들어 있어 성인들보다 청소년들이 담배보다는 기호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배보다 향이 적어 실내나 길거리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어 청소년 보호와 공중보건 위생에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구강보건에도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사용 기간이 짧아 자료가 적었지만 최근 임상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 구강건조증, 치은염, 치주질환 악화, 구강 점막 자극, 구강 내 미생물 균형 변화 등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위해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이유로 전자담배를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 의존을 유지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건강 위험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흡연을 시작하게 만드는 ‘입문 제품(Gateway product)’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자담배 규제는 이제 동남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 여행지 중에서도 강한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점점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는 소지·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는 니코틴 전자담배 처방제 수준으로 관리한다. 브라질은 판매 및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멕시코 역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광고 및 판매를 제한하고 있으며 터키는 수입 제한 및 강한 규제가 되어 있어 입국 시 주의를 요한다.
이제 전자담배는 단순한 개인 기호품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면세점에서 무심코 구매한 전자담배가 어떤 나라에서는 벌금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출국 전 반드시 해당 국가의 전자담배 반입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행의 시작이 공항 세관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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