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적자 대부분 무임손실에서 비롯…국비 보전 절실”
(시사저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고령화가 고착되고 있는 인구구조 때문에 부산의 무임승객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앞으로 운영 비용이 더 커질 텐데, 운임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로 이어져 시민 부담을 증가시킬까 우려됩니다."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현재 부산도시철도가 처한 현실을 이같이 진단하며 '국비 보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의 무임승객 비율은 지난해 기준 34.9%로 전국 평균 21.2%를 크게 웃돈다. 1984년 무임수송제도가 도입될 당시 평균 기대수명보다 현재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 고령 비율도 높아졌다. 제도 설계 당시와 다른 환경이지만 40년 넘게 같은 형태로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지방정부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이 제도를 거부하거나 조정할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정년 60세와 기초연금 65세 사이에서 복지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역대 정부마다 검토에 나섰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처럼 국비 지원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 사장도 5월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연령 기준 조정보다는 편익은 국가가 얻고 비용은 운영기관이 부담하는 불균형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시철도 운영과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를 위해 무임수송제도 비용 부담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연령 기준보다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전국에서 부산의 도시철도 무임승객 비율이 가장 높다.
"고령자 무임수송이라는 공익 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산이 가장 무겁게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향후 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편익은 국가가 얻고 비용은 운영기관이 부담하는 불균형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도시철도 운영과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를 위해 무임수송 비용 부담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임수송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대응책은.
"자구책을 모두 실행하고 있지만 경영 효율화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공사 무임손실액은 1854억원으로 당기순손실 2143억원의 86.5%를 차지했다. 사실상 적자의 대부분이 무임손실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작년에 고강도 긴축재정으로 비용 205억원을 줄였다. 경직성 경비까지 줄이기 위한 전사적 에너지 효율화로 전기요금 35억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수입 증대를 위한 수송 마케팅과 신사업 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최초로 글로벌 IP 포켓몬스터와 협업 마케팅에 성공하기도 했다. 경영개선추진단 TF를 설치하고 재정 건전화 정책, 수입 증대 과제, 지출 절감 사업 등을 발굴했다."
운임 인상만으로는 구조적 적자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지 않나.
"그렇다. 현재 부산도시철도 수송원가는 1인당 2929원이지만 평균 운임은 867원에 불과하다. 2023년,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기본운임을 150원씩 인상했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운임 인상만으로 격차를 메우려 한다면 시민 부담이 커진다. 도시철도는 대표적인 공공재이자 시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교통복지 서비스로 운영 성과를 단순히 경영 지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요금 인상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어르신의 여가와 경제활동 활성화, 건강 증진 등 효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연간 2362억원에 이르지만 무임수송 비용은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지방정부가 떠안고 있다. 국비 보전이 되면 미래 세대가 짊어질 운임 인상 압박은 줄어들고, 안전 투자 확대와 어르신 이동권 보장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코레일은 무임손실의 상당 부분을 국가로부터 보전받고 있는데.
"법 조항 하나 차이로 운명이 갈리고 있다. 코레일은 2005년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으로 무임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2016년부터 약 9년간 무임손실 2조2389억원 중 1조6634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평균 보전율이 74.3%에 달한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손실 규모가 매해 늘어 지난해에만 총 7754억원에 이르는 상황이지만 도시철도법에는 무임손실 국비 지원 근거가 없다. 국토교통부 단독으로 무임손실 보전 비용을 부담하면 교통복지를 위한 신규 노선 확장에 필요한 건설비 지원 축소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단계까지 와있나.
"지난해 11월 '도시철도 무임손실 국비 보전 법제화 촉구' 국민동의청원에 5만 명 이상 동의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4월 국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청원이 안건으로 채택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회부가 결정됐다. 22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병합 심사를 앞두고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다."

"전국 교통공사와 연대해 법제화 추진"
과거 관련법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20여 년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심사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이 번번이 폐기됐으나 이번엔 다르다고 본다. 여야가 함께 5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달성과 청원심사소위 통과라는 새로운 동력이 더해졌다. 과거와 달리 국민 지지에 힘입어 입법부, 행정부, 운영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적 모멘텀이 형성돼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또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 역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 2월에 열린 노사 대표자 공동협의회에 이어 3월에는 노사 실무자 24명이 모여 합숙 회의를 진행해 올해 입법 전략을 설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대 65세 이상 고령층의 도시철도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가 신호탄이 돼 최근 무임수송제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도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생각한다. 다만 검토 지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절감과 혼잡 완화 차원의 문제다. 출퇴근 시간대 이용 집중이 도시철도 운영 효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산의 어르신 중 출퇴근 시간대 이용자는 16%에 불과하다. 76% 이상은 낮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에 이용하고 있다. 고령층의 출퇴근 시간대 무임 이용 제한이 실제 혼잡 완화나 재정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간대 제한과 같은 제도 조정은 어르신의 이동권을 둘러싼 논란을 키울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계획은.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가 연대해 법제화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함께 예산을 부담해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 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지속 가능한 무임수송제도의 현황과 재정 영향, 사회적 가치, 국내외 사례 비교 분석, 지속 가능한 정책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가 나오면 관련 법안 개정의 핵심 논거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어 9~11월 국회 예산 심의 기간에 정부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재정 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가 함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20년 넘게 반복된 발의와 폐기의 고리를 이번에 끊어주길 국회에 요청한다. 개정안 5건은 여야가 함께 발의한 법안으로 법안소위에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후반기 상임위 구성을 앞두고 있지만 입법 논의가 끊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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