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보수 성향, 노년층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동수의 세대 진단]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2026. 5. 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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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보수’인 70대 이상, 미우나 고우나 보수정당 지지
2030은 '反민주당 보수’, 국힘 마땅찮으면 언제든 지지 철회 가능

(시사저널=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최근 들어 청년층은 보수 성향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70대 이상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나온다. 요즘 여론만 놓고 보면 청년들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화 세대'라고 할 수 있는 1960년대생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60대가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이 나이 듦에 따라 점차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연령 효과'보다, 특정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역사적·사회적 사건을 공유한 집단의 정체성이 두드러지는 '세대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형국이다.

2030 안에서도 차이는 있다. '원조 이대남'인 30대 남성보다 2020년대 들어 성인으로 올라서고 있는 20대 남성 집단이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20대 남성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에 앞서는 유일한 집단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그만큼 민주당 지지율이 낮다. 몇 년 전 청년층의 남녀 갈등이 한창일 땐 20대 남성은 보수진영에, 20대 여성은 진보진영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2030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40~60대 여성보다 낮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높다. 무당층 비율도 또래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남 현상'이 2030 남성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최근의 보수화는 2030 세대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2025년 5월30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청년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회구조 변화가 청년층 보수화 이끌어

같은 보수라도 보수 정당의 전통 지지층인 노년층과 현재 보수진영으로 유입되고 있는 청년층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현재 70대 이상은 소위 '산업화 보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고도성장을 경험한 이들은 그때의 향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 강렬한 기억이 10여 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하는 동인이 되었다. 당시 40%에 육박했던 '콘크리트 지지층'은 산업화의 유산이나 다름없었다. 남북 대결 구도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안보·북핵 등의 이슈에도 민감하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또는 '종북 세력' 타령에 유일하게 노년층만 호응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는 산업화와 안보라는 가치를 두 축으로 유지되었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청년층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2030 세대도 4050에 비해선 산업·안보를 중시하긴 한다. 반미·반일 정서는 상대적으로 옅고, 반중·반북 정서는 강하다. 하지만 이들을 보수진영으로 이동시킨 건 산업화·안보 등 보수의 전통적 의제가 아니다. 2010년대 선진국 진보진영을 휩쓴 정체성 정치(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 세대 간 이해관계 충돌이 이들의 보수화를 촉발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구 많은 선진국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이탈한 건 2030 남성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남성은 진보 지지세가 강한 유권자 집단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대부분 진보적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청년 남녀 간 갈등이 격화하며 2030 남성들의 진보 이탈이 시작됐다. 이들은 공정한 심판이 되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여성의 편에서 편파 판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진영 전체가 여성의 편만 든다'는 반감은, 반대편에 있는 보수진영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청년 여성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요즘은 그 강도가 많이 낮아졌다. 무당층이 대폭 늘었고 보수 지지세도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2030 여성들의 보수화는 세대 간 이해관계 충돌로 설명된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급변했다. 공급망 재편, AI 혁명은 각국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저성장·양극화는 헤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거기에 인구구조도 변화하며 연금·재정 등을 놓고 세대 간 이해관계가 맞부딪친다. 프랑스에서도 연금 개혁을 놓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이 폭발했다. 윗세대 부양하다가 자신들은 쭉정이만 남을 거라는 프랑스 청년들의 분노는 '니콜라'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분출되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청년들, 투표 동기 얻지 못하면 투표장 안 나갈 수도

현 여권은 기성세대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4050의 대통령 지지율은 80%를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당연히 이 세대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소외된다. 2030은 정부·여당이 연금·노동·재정 등 여러 분야에서 기성세대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고 느낀다. 20대가 30대보다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노년층이 산업화 시대의 향수에서 비롯된 '산업화 보수'라면, 청년층은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만든 '반민주당 보수'다. 산업화 보수는 박정희 정부 때부터 계속된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보수진영에 오랜 유대감을 가져왔다. 애정이 있으니 미우나 고우나 보수 정당을 지지해 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한 뒤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섰으며 '미워도 다시 한번' 자유한국당을 믿어줬다. 2017년 대선에서 15%도 못 얻을 줄 알았던 자유한국당이 24%나 득표할 수 있었던 건 보수의 전통 지지층이 의리를 지켜준 덕분이었다.

청년층은 다르다. 2030은 산업화·민주화가 모두 이룩된 뒤에 태어났다. 따라서 특정 진영에 연대 의식 같은 걸 느끼지 않는다. 이들에게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할 도구일 뿐이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니 당장은 밀어주지만,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30, 그중에서도 남성들은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었고 지난 대선에서도 김문수·이준석 등 범보수 후보에게 많은 표를 몰아줬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20대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모든 세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20대 남성을 포함한 수치다. 일각의 주장처럼 청년들이 진정 극우화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청년층과 보수 정당의 느슨한 연대는 당분간 계속될 걸로 예상된다. 그러나 느슨하다는 건 단단하다는 것의 반대말이다. 청년들은 좋든 싫든 보수 정당을 지지했던 노년층과는 다른 집단이다. 이는 곧 국민의힘이 이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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