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이야, 도떼기 시장이야”…‘사상 최다’ 하루 274명 정복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6. 5. 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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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악화 앞두고 등반가들 일제히 ‘오픈런’
좁아진 등반 기회에 ‘인간 띠’ 우려 현실로
2025년 5월 18일 네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접근하는 산악인들이 좁은 길목에 줄을 서서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하루 만에 무려 274명의 등반가가 정상에 오르는 신기록이 수립됐다. 기상 악화 예보를 앞두고 좁아진 등반로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고질적인 ‘정상 병목 현상(Overcrowding)’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네팔 원정대운영협회(EOAN)의 리시 반다리 사무총장은 20일 하루 동안 에베레스트 남면(네팔 방면)을 통해 정상에 오른 등반가가 총 274명으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역대 최다 기록 경신… 티베트 루트 폐쇄도 영향
이는 단일 루트 기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5월 22일의 223명을 무려 50명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물론 2019년 당시에는 티베트 쪽 북면 루트를 통해 정상에 오른 인원까지 합산하면 전체 등반가 수는 더 많았다. 하지만 올해 중국 당국이 티베트 방면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으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산악인들이 모두 네팔 남면 루트로 집중된 점이 이번 기록 경신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반다리 사무총장은 이번 무더기 등반에 대해 “최근 며칠간 기상 조건이 매우 좋았던 데다, 그동안 정상에 오르기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대기하던 등반가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 후반부터는 정상 부근에 강풍이 예보되어 있어 등반가들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고 덧붙였다.

빙하 붕괴로 열흘 넘게 지연… 좁아진 ‘날씨 창구’
에베레스트 등반의 황금기는 매년 5월 중·하순이다. 이 시기에는 겨울철의 혹독한 제트기류와 강풍이 일시적으로 잦아들어 정상 공략을 위한 최적의 ‘날씨 창구(Weather Window)’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봄철 등반 시즌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인 ‘아이스폴’ 구간에 대형 빙하 블록(세라크, Serac)이 무너져 내리면서 경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등반가가 베이스캠프에 발이 묶였고, 고산 등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이스폴 닥터’들이 수주간 달라붙어 얼음 덩어리를 제거하는 난공사를 벌여야 했다.

결국 예정보다 늦은 5월 13일이 되어서야 루트가 가까스로 열렸지만, 이 지연 사태가 화근이 됐다. 등반 허가를 받은 인파는 누적된 반면,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간은 예년보다 훨씬 짧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네팔 정부가 발급한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증만 해도 500장에 달한다.

‘데드존’의 공포… 되살아나는 2019년의 악몽
하루에 수백 명이 좁은 능선에 몰리면서, 학계와 산악계는 에베레스트의 고질적인 과밀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9년 유명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촬영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사진이다. 당시 사진에는 산소 희박으로 생명이 위험한 해발 8000m 이상의 ‘데드존’에서 수백 명의 등반가가 칼날 같은 능선 위에 길게 줄을 선 채 몇 시간씩 대기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담겼었다. 당시 푸르자는 정상으로 향하는 대기 줄에만 약 320명이 서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산악 전문가들은 “올해도 단축된 일정 탓에 하루 만에 3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정상부 좁은 외길에 몰리면서 체온 저하와 산소 고갈 등 대형 인명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 후반 기상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한꺼번에 하산길에 오를 등반가들의 안전 확보가 이번 시즌 성패의 마지막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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