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제대로 보려면 앉으라고? 프라하에서 만난 ‘엉덩이 미학’
모든 발걸음이 목적지 ... 걷는 여행지 프라하
진짜 프라하는 엉덩이를 붙였을 때 시작된다
프라하는 내딛는 모든 발걸음이 목적지인 곳이다. 특정한 랜드마크를 찾아가지 않아도 거리의 모든 풍경이 시선을 붙잡는다.





작년 10월 개관한 디지털 아트 전시관에서 가이드는 “이 건물은 1886년에 지어졌고, 처음에는 시장과 식료품점으로 사용했다. 이후 도시가 문화 공간으로 전환하면서 지금의 전시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프라하의 워킹투어는 장소보다 시간을 걷는 경험에 가깝다.


카프카 투어 중 들린 유대인 지구의 건물 앞에서 누군가 말했다. “옛날에는 여성이 예배를 드릴 수 없어서 저 계단으로 올라가 창문 틈으로 몰래 예배를 봤대요.”


프라하 곳곳에는 언덕 위에 위치한 공원이 많다. 이 공원들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되어준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15분 남짓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리에그로비 사디가 대표적이다. 일과를 마친 현지인들은 자주 이곳으로 향한다. 와인병과 빵을 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앞질러 간다.


날이 흐려 노을은 못 봤지만 아쉽지 않았다. 야경은 흐린 날에도 맑은 날에도 공평하므로. 저 멀리 프라하성의 불이 반짝 켜진다. 비셰흐라드나 레트나 공원도 머물기 좋은 언덕 위 공원이다.

이곳을 추천해 준 김 씨는 “프라하 시민들은 큰 도파민보다는 날씨처럼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들은 비어가든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맥주를 들고 햇빛을 맞으며 의자에 한껏 몸을 기대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눌 뿐이다. 이따금 지나가는 보트 탑승객에게 손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니 버스킹이 열려 선율을 더한다.



이 공간은 과거 얼음을 저장하던 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일부는 카페로, 일부는 바와 갤러리로 활용된다. 제방 안쪽에서도 햇빛을 포기할 수 없어 거대한 원형 창을 만들었고 그 덕에 낮에도 노을 질 때에도 빛이 안쪽까지 깊게 스며든다.
과거의 기능을 지우지 않고 재활용한 방식은 시간을 대하는 이 도시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리 렌즈 안쪽에 앉아 그 태도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프라하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앉아 들여다볼 때만 나타나는 모습이 있다. 수 세기 전 지어진 건물 사이에서, 몇백 년이 흘러도 회자될 문학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땅 위에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도시를 느끼게 된다.
프라하(체코)=김지은 여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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