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수술이 가져다 준 행운이라니… 레전드도 주목한 구위, 110순위 기적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교 시절 꽤 잘 던지던 투수였지만, 정작 프로 지명은 110번째, 마지막 순번에서 불렸다. 극적인 프로 지명이었다. 합류 후 2군 코칭스태프들의 호평을 한몸에 모았다. “공을 사납게 던진다”, “추후 마무리감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프로에 입단한 이상 지명 순번은 더 이상 이슈가 아니었다. 110번 선수가 10번 선수보다 먼저 1군에 갈 수 있는 게 프로 세계다. 하지만 그때 팔꿈치에 이슈가 터졌다. 수술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수술대에 올랐다. 기구한 스토리의 주인공인 변건우(21·SSG)는 “고등학교 때 아파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만해졌다고 해야 하나. 나는 무쇠팔 이런 느낌으로 부상 없이 던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관리에 소홀했었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그때 프로 경력을 바꾼 인생의 결정을 했을지 모른다. 변건우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기초 재활이 끝난 뒤인 2024년 중반 입대를 결정한다. 상무는 꿈도 못 꿨고,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입대 루트를 택했다. 그렇게 39사단 신병 교육대대에서 복무를 시작했다. 훈련병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이곳에서, 야구 경력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
변건우는 “바쁠 때는 엄청 바빴는데 안 바쁠 때는 하루 종일 운동을 할 수도 있었다”면서 “군대에서 할 게 없으니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는데 군 선임 중에 크로스핏 코치를 하시는 분이 계셨다. 선임한테 잡혀서 매일 죽도록 했다”고 웃어 보였다. SSG팬도 아닌, 다른 구단 팬이었던 그 선임은 변건우가 야구 선수라는 것을 알고 독하게 훈련을 시켰다. 단순히 같이 운동을 하는 파트너가 아닌, 마치 제자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켰다. 무게를 내려놓으려고 하면 뒤에서 잡는 선임이었다.

어떻게 보면 돈을 내고 해야 할 수업을 공짜로 받은 변건우는 군 복무 기간 중 체중도 늘고, 근육량도 늘어서 왔다. 변건우는 “웨이트 중량도 늘었고, 처음에 입단했을 때는 몸무게가 78㎏ 정도였는데 지금은 84~85㎏ 정도가 나온다. 근육량도 가기 전보다 2㎏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군 복무를 하는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팔꿈치는 완벽하게 회복됐다. 그 선임이 제대를 하고 떠났을 때, 후임으로는 충암고 출신으로 친구인 조현민(NC)이 들어와 프로 선수끼리 캐치볼을 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그렇게 2026년 1월 22일 전역증을 받았고, 단 하루도 사회와 어울리지 않고 1월 22일 바로 강화SSG퓨처스필드에 입소했다. 앞서 나가는 선수들을 따라잡으려면 쉴 시간이 없었다. 변건우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했는데 오히려 빨리 합류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해이해지기 전에 바로 딱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미 몸이 만들어진 선수들과 경쟁을 하려면 버거웠는데 또 비슷한 시기 전역에 강화에 들어온 류현곤 윤성보와 같이 훈련을 할 수 있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변건우는 “코치님들이 전우조라고 부르신다”고 웃어 보였다.
어쩌면 남들은 팔꿈치 수술 재활에만 1년에서 2년을 보낸다. 하지만 변건우는 팔꿈치 재활 기간 중 너무 많은 것을 해냈다. 군 문제도 해결했고, 몸도 좋아졌다. 변건우는 “친구들은 이제 막 (군에) 가기 시작하는데 나는 전역해서 너무 좋다. 그 당시는 많이 속상했는데 군대도 빨리 해결하고 또 어차피 터질 팔꿈치면 빨리 새 인대로 바꾼 것이어서 더 좋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입대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운이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의욕적으로 시즌 준비를 한 결과 이제 육성군에서 퓨처스팀(2군)으로 합류해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선다.

레전드 출신인 봉중근 퓨처스팀 투수 코치도 변건우의 구위에 두 눈을 반짝인다. 봉 코치는 “공의 힘이라든지 구위가 좋다. 아직 경기를 하는 것을 못 보고 라이브 피칭만 보고 그래서 자신 있게 말은 못 하지만, 그동안 불펜이나 라이브를 봤을 때는 충분히 1군 타자들에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현재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나왔다. 아직 100% 힘이 아닌데도 그렇다. 변건우는 “고등학교 때보다 구속이 더 올랐다”면서 “최고 구속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최저 구속도 147㎞라는 것”이라고 했다. 구속의 저점이 오른 것에 오히려 더 만족하는 양상이다. 다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려운 시기는 다 털어낸 만큼, 이제는 앞만 보고 차분하게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다.
변건우는 “마운드에서 초구부터 과감하게 들어가는 그런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싶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는데 변화구가 아직 디테일하지 않다. 존 바깥으로 가는 공들이 많아서 변화구들의 제구도 완성시키고 싶다”면서 “수비 훈련을 원래 잘 못했다. 지금도 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고대했다. 110번 선수의 기적이 바닥부터 꿈틀대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