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S파일] 어쩌면, 못 돌아올 강을 건넌 김해 감독의 '병가’

박대성 기자 2026. 5. 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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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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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I’ll be back.”

1991년, 미국 헐리우드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SF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엄지를 세우며 용광로로 들어가는 장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영화 팬들은 이 장면을 ‘인고 속 부활’의 의미로 기억하고 있다.

성적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용암에 반쯤 잠긴 듯한 이가 K리그2에 있다. 구단 측의 공식발표는 없어 섣불리 경질이라 말할 수 없지만, 전남 드래곤즈 원정을 앞두고 ‘병가’를 낸 김해FC 손현준 감독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손현준 감독은 2024년 김해 감독으로 부임해 첫 해 리그 5위로 시즌을 끝냈고 두 번째 시즌 만에 리그 정상을 찍었다. 손현준 감독이 김해에서 세 번째 시즌을 구상하던 무렵, 김해는 프로 구단으로 전환해 K3에서 K리그2로 진입하게 됐다.

김해가 프로 팀으로 바뀌는 시기, 꽤 많은 지도자가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K3에서 두 시즌 동안 단계별로 팀을 발전시킨 공을 인정한 김해시는 손현준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은 2027년 K리그1 14개 팀 확대를 앞둔 특별한 해. 한시적으로 K리그2 팀들에 더 많은 승격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 번째 시즌을 앞둔 지도자와 함께 ‘프로 신생 팀’ 돌풍 드라마를 기대했을 법한 김해였다.

하지만 끝없는 내리막 길이었다. 프로 경험이 부족한 신생 팀이라고 치부하기엔 개막 후 11경기 동안 2무 9패였다. 최저 득점(8골)에 최다 실점(27실점)을 기록, 경기당 2실점으로 무너지는 이들이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몇몇 라운드에선 희망이 있었다. 홈에서 리그 선두 부산 아이파크(0-1 패)에 1실점으로 졌고, 충남전(1-1 무)과 충북청주전(1-1 무)에서 평소보다 적은 실점으로 승점을 따냈다. 그러나 반등이라고 말하고 면죄부를 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성과였다.

올 시즌 K리그2는 기업·시민 구단을 막론하고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병수 감독 아래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대량 실점·난타전을 반복하자 경질을 칼을 꺼내든 대구FC가 대표적이고, 전남 드래곤즈마저 부진 속 빠르게 날을 세워 지도자 교체를 단행했다. 승강의 폭이 큰 특별한 해라 더욱 그랬을 테다.

또 다른 경우의 수도 있다. 오는 6월 30일 K리그2 라이선스를 신청한 K3 5개 팀(FC목포, FC강릉, 춘천시민축구단, 대전코레일, 시흥시민축구단)의 라이선스 심사가 통과하고, 이들 중 K3 우승 팀이 나온다면 절체절명의 승강전을 치러야 한다. 이대로면 기껏 프로 팀으로 전환해 2부리그에 올라온 김해가 다시 3부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손현준 감독은 김포에서 수석 코치로 K3부터 K2까지 경험했던 만큼,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더 나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김포에서 프런트와 현장이 합심해서 시에서 지원을 받고 좋은 결과를 냈던 과정을 봤다. 작년에 3패로 K3를 우승했고 어떻게 팀을 만드는지 알고 있다. 지금은 성적보다 더 발전해야 할 시기다. 내가 보기에는 3년 정도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한 그였다.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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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커리어 대부분을 시민 구단에서 보낸 손현준 감독이 시의 입장과 니즈를 잘 캐치해 팀에 도움을 줄 잠재력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김해를 이끌면서 팀 사정과 분위기 파악을 끝내 자신도 있었을 테다.

다만 “지금은 팀을 만들어야 되는 단계고 옥석들도 가려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만들 수 없다. 한 스쿼드라도 제대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데 부상자도 있다. 지금은 있는 자원에서 축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짚었을 때, K3 시절 발을 맞췄던 선수단 중 7명만 남겨두고 대폭 물갈이를 했는데 어떻게 당장 조직력을 다질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한 시즌 만에 선수단이 대폭 바뀐 건 맞지만, 리그에서 꽤 걸출한 선수들이 수혈된 것은 사실이다. 외인만 봐도 베카·브루노 코스타 등 2부리그에선 수준급이다. 과거에 어떤 결과를 냈더라도 일정 부분 성적이 따라오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미 축구계에서는 “손현준 감독이 훈련장·라커룸의 장악력을 잃었다”는 말이 어느샌가 들렸고, “오전 훈련에는 나오지 않고, 오후 훈련만 진행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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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한 바에 따르면, 결국 김해시는 이번 주 손현준 감독과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질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하루 뒤 손현준 감독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병가를 떠났다.

현재 시·도민 구단에는 구단주(대표이사)가 공석이다. 임시적으로 권한 대행이 팀을 맡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12일 앞둔 상황에 무리해 감독 경질과 같은 큰 건을 처리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차기 김해시장 선출까지 보류한 뒤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공교롭게도 손현준 감독이 구단 측에 요청한 병가는 2주일(14일)이다.

손현준 감독에게 정치적인 논리가 따라오는 이유다. 이를 배제하더라도 손현준 감독의 이번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김해가 이번 라운드에서 만나는 팀은 개막전 승리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16위 전남이다. 김해 입장에선 승점 3점을 따고 반등 곡선을 탈 가능성이 높은 경기를 앞두고 병가를 떠난 것. “솔직히 정말 속상한다.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고 값진 밑바탕을 만들 자신이 있다”던 그의 말과 상반된다.

1991년, 펄펄 끓는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던 터미네이터처럼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하다. 상황이 극적으로 맞물려 병가 후 팀에 돌아온다고 해도, 과연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 뛸 수 있을지 물음표다.

기묘한S파일은 스포츠(Sports)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포츠를 통해 지역사회·집단(Society)을 보고, 이들을 통해 스포츠를 보는 코너다. 마치 캐비넷 속 파일들을 하나씩 꺼내 보는것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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