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커진 지역 불균형…"5극 3특 정책, 격차 해소 효과 있을 것" 59% [여론 속의 여론]

2026. 5.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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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불균형 심각" 94%
5년 새 4%P 늘어 위기감 고조
일자리·의료  복지·교육 환경 등
비수도권 거주 만족도 전반 하락
비수도권 거주자의 의료복지 서비스, 교육환경 등 거주 환경 만족도는 5년 전보다 하락했다. 사진은 4월 21일 충북보건의료대책위원회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보건의료 분야 지방선거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청주=뉴시스

최근 행정통합 논의가 뜨겁다. 정부는 ‘5극 3특’(5극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구축)을 내걸었고, 여야도 권역별 행정통합 추진으로 호응하면서 국토의 재설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021년에 이어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인식의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3월 13~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5극 3특’과 행정통합에 대한 국민 인식 지형을 살펴보았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5년 사이 더 공고해졌다(‘21년 90%→‘26년 94%).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이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부동산 과열’(92%)과 ‘국가 경쟁력 하락(90%)’을 염려한다. ‘수도권의 삶의 질 저하’와 ‘결과적으로 수도권 유입 인구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각각 78%, 64%이다. 모든 항목에서 동의한다는 응답이 5년 전 대비 증가했다.

시각물_지역 불균형이 초래할 위기의 한국 미래 그래픽=이지원 기자
지역 불균형,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적 생존 위기'로 인식
전반적으로 떨어진 거주 만족도, 더 위축된 비수도권
고착화된 수도권 쏠림과 기존 정책의 실패

5년 사이 거주 지역별 만족도 지표는 하락했으나, 비수도권의 하락폭이 더 가파르다.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살기 좋다'는 긍정 응답이 수도권에서 8%포인트(61%→53%) 하락하는 동안 비수도권은 약 2배인 15%포인트(58%→43%) 떨어졌다. 비수도권 거주자는 일자리(15%)와 문화 여가 생활(24%) 분야의 만족도도 낮으며, 의료복지 서비스, 교육환경, 기초생활 서비스 접근성 등 거주 환경 전반의 만족도도 5년 전보다 하락했다.

뼈아픈 지점은 미래 비전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특히 비수도권에서 확산된 것이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37%는 '내 지역은 비전이 없고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답해 수도권(18%)과 2배 이상 격차이며, 이는 2021년(27%) 대비 10%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박탈감(29%) 역시 수도권(18%)보다 높다.

시각물_지난 5년 사이 거주 지역별 만족도 지표 그래픽=이지원 기자
시각물_비수도권 거주자 만족도 그래픽=이지원 기자

전체 응답자 기준 거주 이전 의향은 45%로 5년 전(52%) 대비 감소했으나, 어디로 이동하려는지를 보면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의향이 있는 비수도권 거주자의 절반(51%)이 수도권행을 희망하는 반면, 수도권 거주자의 이전 의향은 상당 부분 수도권 내 이동(63%)에 머무르며, 비수도권 이주를 희망하는 비율은 37%이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사실상 전 국민적인 요구(96%)에도 불구하고, 그간 추진된 정책들이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기형적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응답자 10명 중 7명(71%)은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냉담하게 평가한다.

특히 실패의 주된 원인으로 '구조적 원인의 미해결'(35%)과 '정권마다 정책 일관성 부족'(32%)이 지목된 것을 볼 때, 판을 바꾸는 근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시각물_거주 이전 의향 지역 그래픽=이지원 기자
시각물_기존 정책의 실패 그래픽=이지원 기자
"권역 거점도시 집중육성" 81% 동의
초광역 생활권 조성 시 이주 의향
10명 중 6명 "의향 있다" 긍정적

주목할 점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고 보는 시각(63%)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판을 바꿀 수 있을까. '모든 지방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경쟁력 있는 거점도시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10명 중 8명(81%)이 동의한다. '지방 광역 시도를 통합해 수도권과 경쟁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에도 76%가 찬성했다.

지역 불균형 문제를 누가 주도해서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간의 ‘정부 주도의 일괄 배분’(38%)보다 '지역 주도로 전략을 설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51%)을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확인한 거점 중심 성장에 대한 공감대는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추진 중인 '5극 3특' 정책의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5극 3특'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29%(내용까지 3%, 들어본 적 있음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책의 내용을 제시한 뒤에 묻자 응답자의 59%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해, 인지도 대비 2배 이상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다. 세부 전략별로는 주력산업 육성(84%), 권역 거점도시 집중 성장(76%), 재정권 확대(74%)와 같은 '경제적 측면'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지목된다.

시각물_5극 3특 인지도 그래픽=이지원 기자
시각물_5극 3특 정책의 효과성 전망 그래픽=이지원 기자

광역 행정통합 후 향상될 것으로 본 영역은 교통체계(47%), 의료복지(40%), 문화 여가 생활(39%) 순이다. 반면 고질적인 인구 문제나 부동산 문제를 개선해줄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회의적 시각이 엿보인다.

시각물_광역 시·도 간 행정통합이 생활 여건에 주는 영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정책설계 방향대로 '실제 이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수도권 수준의 일자리·교육·의료·교통 여건을 갖춘 ‘초광역 생활권’이 조성됐을 때 이주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반응은 상당 부분 긍정적이다. 10명 중 6명(63%)이 이주 의향을 밝힌 것이다.

시각물_초광역 생활권 지역에 이주할 의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시각물_초광역 생활권 지역에 거주할 의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권역 거점도시로 쏠림 심화" 81%
농어촌 이중 소외 가속 우려 확인
"정권 교체 후 지원 불확실" 70%

국민들은 통합의 가장 큰 효과로 '행정 중복 축소를 통한 예산 절감'(78%)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지역 경쟁력 향상'(69%)을 꼽는다. 통합이 가시화된 광주·전라와 과거 메가시티 논의가 있었던 부산·울산·경남에서 기대감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논의가 보류된 대전·충청·세종과 대구·경북에서도 60~70% 수준의 동의가 확인된다. '통합이 무산된 지역도 재추진해야 한다'는 진술문에 67%가 동의하며 '지방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도 50~60% 내외가 동의한다.

반면, 성공적 안착을 위한 과제도 선명하다. ‘권역 내 중심도시로의 쏠림 심화’(81%)로, 거점 육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역 내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이중 소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경계심이 확인된다. 다음으로 ‘정권 교체 후 지원 불확실성’(70%)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자체의 운영 능력 부족’이나 ‘통합 지역에 대한 집중 지원이 불러올 불공정성’(각각 65%)에 대한 우려 역시 수도권과 광주·전라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평균보다 높다.

이러한 난제들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만 국민 대다수(88%)가 요구한 ‘민주적 절차’라는 틀 안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조사로 확인된 민심은 모든 지역을 똑같이 살리겠다는 과거의 접근법보다는, 실제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거점 성장 전략을 선호한다. 수도권 수준의 정주 여건이 갖춰진다면 이주하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점도 긍정적 신호다. 방향 전환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다수가 강조한 '민주적 참여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정책 과정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구정태 한국리서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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