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악당 선언' 나왔다…"멕시코 팬들 다시 날 미워할 수도" 2018년 멕시코 영웅, 의미심장 미소→1560m 지옥 원정 정면돌파 선언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8년엔 멕시코 영웅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악당이 될 준비를 마쳤다.”
손흥민(34)이 월드컵 전장에서 다시 한 번 멕시코와 격돌하는 가운데 8년 전과는 '다른' 결말을 예고했다.
손흥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 팬들에게 예상치 못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당시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꽂아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고 그 결과 멕시코가 극적으로 대회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멕시코 현지에선 축제 분위기가 구축됐다.
한국 대사관과 한국 기업엔 환호하는 멕시코 팬들이 몰려들었고 국가 전역이 한국을 향한 감사 인사로 들끓었다.
월드컵 이후에도 애정은 이어졌다. 러시아 대회 직후 손흥민이 당시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았을 때도 환호는 계속됐다.
지난해 8월 로스앤젤레스(LA) FC에 입단해서도 멕시코의 '손흥민 사랑'은 여전했다.
LAFC 팬 행사에서 손흥민은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팬에게 솜브레로(챙이 넓은 멕시코 전통 모자)를 선물 받았고 현장에선 “코레아노 에르마노, 이제 넌 멕시코인이다”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미국 'USA 투데이'는 23일(한국시간) "이 장면은 일종의 복선이 될 확률이 높다. 한국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와 다시 맞붙기 때문"이라면서 8년 전 호연(好緣)이 악연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을 흥미로워했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만나 1-2로 분패했다.
카를로스 벨라-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연속 골을 얻어맞았고 손흥민은 경기 막판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은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멕시코 팬들과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2018년 월드컵에서도 맞붙었고 지난해엔 내슈빌에서 친선경기도 치렀다”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굉장히 큰 관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BMO 스타디움 홈경기 때마다 정말 많은 멕시코 팬이 우릴 응원하고 특히 나를 크게 응원해준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덧붙였다.
다만 손흥민은 웃으며 의미심장한 경고를 건넸다.
“하지만 (북중미에서) 서로를 상대하게 되면 다시 날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해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라며 씩 웃었다.

USA 투데이는 "손흥민을 향한 LA 팬들 애정은 대단하다. LA 갤럭시 팬들을 제외하면 말이다"라면서 "멕시코, 미국, 한국 팬들은 물론 다양한 국적의 축구 팬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그는 LAFC를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준결승과 2026 북중미 챔피언스컵 4강으로 이끌며 존재감을 뽐냈다"고 적었다.
"흥미로운 건 손흥민은 LA 생활 동안 한국 문화보다 오히려 멕시코계 미국인 문화와 멕시코 문화를 더 가까이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매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LA 광역권엔 30만 명이 넘는 한국계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규모다.
특히 코리아타운은 LAFC 홈구장 BMO 스타디움에서 북쪽으로 약 8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나 세계적인 스타가 된 손흥민은 2018년 토트넘 방미 투어 이후 한 번도 코리아타운을 방문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불필요한) 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도 보호하고 코리아타운도 보호하고 싶었다”면서 “코리아타운을 방문하지 않은 대신 (그만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낯선 문화권에서의 경험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과 독일, 미국까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왔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LA는 날씨도 환상적이다. 요즘은 순간순간이 정말 행복하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다만 월드컵 환경은 8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은 멕시코 홈팬의 엄청난 열기 속에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과달라하라는 해발 약 1560m의 고지대다. 원정팀엔 '지옥'으로 불리는 환경이다.
손흥민도 “멕시코 원정은 고도 문제 탓에 훨씬 특별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녹록진 않겠지만 우린 승리하기 위해 간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올해 북중미 챔피언스컵에서 멕시코 원정의 혹독함을 체험했다.
LAFC는 8강에서 멕시코 강호 크루스 아술을 상대했다.
홈에서 치른 1차전(3-0 승)에서 손흥민은 선제골을 넣어 팀 완승에 일조했고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원정 2차전에선 위고 요리스 선방쇼 덕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하나 4강은 환경이 더 가혹해졌고 결국 쓴잔을 마셨다.
LAFC는 해발 2600m가 넘는 멕시코 톨루카 원정을 떠나야 했는데 홈 1차전에선 2-1로 이겼지만 원정 2차전에서는 0-4 완패를 당했다.
USA 투데이는 "손흥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고 LAFC는 2경기 합계 2-5로 결승행이 불발됐다"면서 "다만 한국 대표팀 캡틴은 이때 경험이 월드컵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귀띔했다.

한국은 멕시코 원정을 앞두고 미국 유타주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한다.
프로보에서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른 뒤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손흥민은 “멕시코는 팬도 훌륭하고 선수들도 뛰어나다. 거기에 고도까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며 “이전 두 차례 멕시코 원정은 경기 하루 전에 도착해 적응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번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미리 적응 훈련을 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평지에서도 멕시코는 상대하기 어려운 팀인데 고도까지 더해지면 훨씬 까다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USA 투데이는 "올여름 손흥민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 팬들에겐 여전히 영웅으로 환영받길 바라면서도 북중미 터줏대감을 응원하는 멕시코 팬들에겐 거센 야유를 받을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개인 통산 4번째 월드컵에서 주장과 공격수로서 제 몫을 다하겠단 손흥민의 '굳은 의지'를 흥미롭게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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