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캠프도 못 갔던 선수들, 어떻게 절벽을 기어올랐나… 관심이 역주행 만들었다

김태우 기자 2026. 5. 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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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타격 재질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정범은 좌중간 타구질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며 1군에서도 다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SSG는 지난 1월 말과 2월 초에 걸쳐 1군과 2군이 거의 같은 시간에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했다. 시즌을 운영하며 보통 40~50명의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볼 때, 2026년 SSG의 전력은 사실상 이 1·2군 캠프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1군 캠프는커녕 2군 캠프에도 가지 못하고 강화의 퓨처스팀(2군) 시설에 남은 선수들도 있었다. 부상이 있거나 막 제대해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등 각기 사정을 가진 선수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캠프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 또한 있었다. 그것도 한때 1군에서 활약했거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었다. 팀에서 이들의 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과 다름 아니었다.

2014년 팀의 1차 지명자로 지난해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군 73경기에 나간 우완 이건욱(31), 오랜 기간 퓨처스팀 최고 타자로 이름을 날린 좌타자 이정범(28), 그리고 2019년 2차 1라운드 지명 출신인 좌타자 김창평(26)이 강화도의 겨울 칼바람을 묵묵하게 인내한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오랜 기간, 혹은 특정 기간 1군 전력이 될 것이라 기대를 한 선수들이었지만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듯 보였다. 오랜 기간 선발 유망주였던 이건욱은 불펜으로 전향했고, 내야 유망주로 지명됐던 김창평은 외야로 나갔다. 반대로 외야수였던 이정범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1루를 겸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군 캠프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은 서서히 방출 리스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2026년에도 이렇다 할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즌 중에라도 정리가 될 수 있었다.

▲ 이건욱은 공의 횡적 무브먼트를 개선하기 위해 그립을 바꿨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며 경기력 반등을 이뤄냈다 ⓒSSG랜더스

2군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위한 출전 시간을 만들어줘야 했기에 이들에게 넉넉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선수들도 2군 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낙담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추운 겨울, 강화도를 함께 지킨 코치들이 이들의 상처를 보듬었다. 단순히 ‘열심히 하자’는 게 아니었다. 2군 캠프도 가지 못한, 전력 외 취급을 받는 선수들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했고 같이 연구했다.

육성군의 박재상 배영수 이지태 류효용 코치가 이들을 정성껏 지도했다. 밤낮으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고, 선수와 소통하며 어떤 것을 바꿀 것인지 논의했다. 기본은 ‘관심’이었다. 모두가 이들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을 때, 적어도 육성군 코치들은 마치 1군 핵심 선수인 듯 대했다. 선수들도 다시 해보자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데이터·영상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의욕적으로 수정에 나섰다. 어차피 뒤가 없는 선수들이었다.

SSG 육성팀 관계자는 “오히려 2군 캠프에 못 간 게 선수들에게는 득이 됐다. 캠프에 갔다면 항상 겪었던 일상적인 캠프 루틴만 소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화에 남아 맞춤형으로 지도를 받았고, 자신만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오기도 있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 결과, 2군 캠프에도 가지 못했던 이 선수들은 22일 현재 모두 1군 엔트리에 들어가 있다. 비중이 큰 것은 아니나 작지만 큰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건욱의 경우는 슬라이더의 횡적 무브먼트를 키웠다. 이건욱은 어린 시절부터 포심과 슬라이더의 종적 무브먼트는 굉장히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횡적 무브먼트가 약해 좌타자 바깥쪽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날카롭게 꺾여 들어와 좌타자 바깥쪽에 박혀야 하는데 횡적인 움직임이 떨어지다보니 더 가운데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파악한 이지태 코치의 제안으로 그립을 손 봤고, 확실히 횡적인 무브먼트가 좋아지면서 경기력이 향상됐다. 구속 또한 선수 자신의 노력으로 꾸준하게 올라왔다.

▲ 김창평은 정교한 분석을 통해 배트 각도를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과정이 이뤄지며 타구의 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SSG랜더스

김창평은 엄지손가락 부상 이후 스스로 아프지 않은 메커니즘을 찾다보니 알게 모르게 배트의 각도가 낮아져 있었다. 류효용 코치는 “김창평은 배트스피드가 중요한 선수는 아니다. 스윙의 효율성이 중요한 선수”라면서 배트 발사각을 3~4도 정도 더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냥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와 기대 효과 또한 제시했다. 그렇게 해야 우중간 타구의 타구 속도가 높아지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봤다. 그 방향성대로 꾸준하게 훈련한 결과 점차 타구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정범의 경우는 SK에서 뛰어 이정범의 타격 자질을 잘 알고 있는 류효용 코치의 경험도 큰 밑거름이 됐다. 류 코치는 “정말 콘택트가 좋고 잘 치는 선수다. 하지만 좌중간으로 가는 타구의 타구 속도와 발사각이 너무 낮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계속 좋아지는 데이터를 제시했고, 실제 좌중간 타구의 발사각이 5~15도 정도 올라오면서 안타 생산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과정을 거쳐 1군에 올라온 선수들에 대해 이숭용 SSG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건욱은 오래간만에 봤는데 많이 좋아졌더라.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바라보는 게 다른 각도로 보게 됐다. 이정범 김창평도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2군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계속 올렸다”면서 “기회를 많이 못 주는 상황이었는데 2군에서 잘 준비하고 힘든 와중에서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은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1군에서 입지가 확실한 선수들은 아니기에 앞으로 1·2군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혹은 점차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점차 포기하고 있던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관심과 정교한 분석으로 살아났고, 위기를 극복한 스토리는 선수단에도 꽤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꽤 큰 힘이 될 역주행이다.

▲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정확한 분석으로 반등 계기를 마련해준 SSG 육성군 코치들. 왼쪽부터 류효용 박재상 이지태 코치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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