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드러난 두 아기의 죽음, ‘엄마’에게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2026. 5.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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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영아 살해 비극 뒤의 불편한 진실…아빠는 어디에?
국가 시스템 밖에서 태어나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생명들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정부의 행정망은 촘촘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죽는 모든 과정이 숫자가 되어 컴퓨터에 기록된다. 문제는 이 그물망 아래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생명들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세상에 드러나는 영아 살해와 유기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차가운 구석을 날카롭게 비춘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친모의 손에 목숨을 잃는 아기들이다. 이 아이들은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흙 속에, 혹은 가방 속에 갇혀 사라졌다. 이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대개 비슷하다.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한 개인의 비정함과 도덕적 타락으로 사건을 몰아가면 마음은 편해진다. 나쁜 사람 한 명을 벌하면 끝나는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이 온전히 개인의 일탈일 뿐인 걸까. 매번 반복되는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놀라울 정도로 닮은꼴의 절망과 고립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이 저지른 범죄의 벼랑 끝에는, 그를 그곳까지 밀어붙인 사회적 구조가 완강하게 버티고 서있다.

정부의 뒤늦은 전수조사로 밝혀진 인천의 한 미혼모 사건은 이 구조적 모순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는 거울이다.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두 아이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한 인간이 고립됐을 때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ChatGPT 생성이미지

엄마의 자수, 이불에 덮인 첫째의 죽음

2023년 11월9일 오전 8시40분쯤, 한 여성이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인천경찰청 안으로 들어섰다. 서른여섯 살의 미혼여성 A씨였다. 주소지는 인천 연수구, 일정한 직업은 없었다. 방문 목적을 묻는 경찰관에게 "2012년에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수사관 앞에 앉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떨리는 목소리로 "형사님, 사실은 태어난 아들이 죽자 야산에 묻었어요"라고 말했다. 11년 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깊숙이 묻어두었던 그녀만의 비밀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1일, A씨는 서울 도봉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첫아이를 출산했다. 아들이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그녀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그 누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원치 않는 임신이었고, 아이를 키울 능력도 없었다. A씨는 이전에도 출산한 자녀들을 입양 보낸 이력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곧바로 입양기관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그해 7월부터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출생 후 일주일이 지난 아동'에 대해서만 입양이 가능해진 것이다. 출산 다음 날, 병원에서 퇴원한 A씨는 아이를 안고 인근 모텔방으로 숨어들었다. 낯선 공간, 침대 위에 뉘인 신생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좁은 모텔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문밖으로 새어나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덮고 있던 이불을 아이에게 씌운 뒤 힘껏 끌어안았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멈췄고, 몸은 축 늘어졌다. 숨을 쉬지 못해 죽은 질식사였다. A씨는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는 대신 시신을 가방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 뒤 옷장 안에 숨겼다. 다음 날, 그녀는 시신을 들고 인근 도봉산 자락으로 향했다. 땅을 파고 아기를 묻은 뒤 낙엽을 한 움큼 덮었다. 그렇게 첫 번째 아이는 '유령'이 되었다. 그 후 A씨는 인천으로 이사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간 세월을 깨운 것은 정부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였다. 인천 연수구청은 2010~14년 사이 출생기록은 있으나 지자체에 신고되지 않은 아동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산부인과 매뉴얼에는 뚜렷이 존재하는 한 아기의 출생 기록, 그러나 행정망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 구청 직원은 A씨에게 연락을 취해 아이의 행방을 물었다. 첫 번째 전화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곧이어 걸려온 두 번째 전화에서 압박을 느낀 A씨는 결국 경찰서를 찾아 자수하기에 이른다.

둘째 아들의 유골이 발견된 인천 문학산 ⓒYTN 방송화면 캡처

행정망에서 아예 누락됐던 둘째 아이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병원 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의 출생기록이 추가로 나온 것이다. 첫째를 낳은 지 3년 후인 2015년 10월, 인천 연수구의 한 병원에서 또 다른 아들을 낳은 이력이었다. 이 아이 역시 출생신고가 없었다.

경찰이 이를 거듭 추궁하자 A씨는 또 다른 사실을 털어놓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연수구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 공중화장실에서 신생아인 둘째 아이에게 오렌지 주스를 먹였고,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대로 방치했다. A씨는 아기의 시신 암매장 장소로 연수구와 미추홀구 경계에 위치한 문학산 자락을 지목했다. 경찰은 A씨가 말한 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야산 자락에서 둘째 아이의 작은 유골을 찾아냈다.

첫째 아이의 유골은 끝내 찾지 못했다. 도봉산에 묻혔다던 아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발굴 작업에 나섰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형이 바뀌었고, 들짐승이나 폭우에 쓸려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A씨는 범행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그랬다"고 답했다. 두 아이의 친부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각각 다르다. 둘 다 잠깐 만난 남자들이라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살인의 고의성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첫째의 머리에 이불을 덮고 힘껏 껴안은 행위, 그리고 신생아에게 모유나 분유가 아닌 주스를 먹이고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 아이를 방치한 행위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범행 당시 공소시효가 7년이었던 사체유기죄는 이미 시효가 지나 적용하지 못했지만, 공소시효가 없는 살인 혐의를 적용해 그녀를 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둘째 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는 인정했으나, 첫째 아들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5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달래는 과정에서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생아는 사소한 부주의로도 숨질 수 있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A씨의 진술밖에 없어 살인의 고의를 명확히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검찰과 A씨 모두 결과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같은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에 상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정부의 영유아 관리 체계에 얼마나 구멍이 뚫려 있는지를 보여줬다. 보통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질병관리청 시스템에 예방접종을 위한 7자리의 '임시 신생아 번호'가 생성된다. 정부는 이 번호를 바탕으로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아동의 생사를 추적한다.

A씨가 낳은 첫째 아이는 이 임시 번호가 부여돼 있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병원 출생기록은 존재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임시 신생아 번호가 아예 생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둘째 아이는 정부의 1차 전수조사 명단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다. 병원 측은 왜 번호가 누락됐는지 뒤늦은 조사에서도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만약 A씨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둘째 아이는 영원히 땅속에서 잊혔을 것이다.

2012년과 2015년에 두 아들을 낳자마자 잇따라 살해한 엄마 A씨(36)가 2023년 11월16일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거치지 않으면 작동 않는 사회안전망

현행 신생아 관리 시스템의 가장 큰 맹점은 '병원을 거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는 산모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만 유효하다. 

만약 산모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의료기관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모텔이나 화장실 등에서 홀로 출산한 뒤 범행을 저지른다면, 국가 행정망에는 그 아이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존재한 적이 없는 아이이므로 실종이나 사망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행정의 공백은 강력 범죄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고 태어난 아이들은 범죄자들에게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무국적자'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록 장기 밀매와 같은 극단적인 행위는 까다로운 의학적 조건과 대규모 의료진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하더라도, 영아 매매나 아동 착취, 허위 출생신고를 통한 신분 세탁 등의 범죄에 악용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원에 아기를 거래하는 브로커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생아 살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거나 사후에 감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기의 산모들이 왜 차가운 모텔방이나 공중화장실로 숨어드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인생이 끝난다"는 극심한 공포와 고립감 때문이다.

미혼모 지원단체나 여성단체들은 가장 먼저 뜯어고쳐야 할 것으로 임신과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법과 제도를 꼽는다. 현재 미혼모가 아이를 유기하거나 살해할 때, 도망친 남성은 법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신을 시킨 남성의 신원을 국가가 끝까지 추적해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원천징수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형사처벌과 신상 공개를 가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남성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규칙이 정착되어야 여성 혼자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또한 2024년 7월부터 도입된 보호출산제(익명 출산 지원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과 위기 임산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 엔진에 국가의 긴급 상담 채널이 직접 노출돼야 한다.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신원을 묻지 않고, 안전한 주거와 출산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는 확실한 믿음을 줘야만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하려는 이들을 안전망 안으로 흡수할 수 있다.

결국 이 비극의 고리를 끊는 대안은 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이를 낳더라도 내 인생이 파멸하지 않으며, 국가가 나와 아이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혼인 제도 밖에서 태어난 아이를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낙인을 거두고, 모든 출생아를 국가가 함께 키운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감시하는 국가가 아닌 보호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이름 없이 사라지는 영혼들의 슬픈 현실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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