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관세 “당장은 없다”…리쇼어링 압박은 계속
美 생산시설 이전 기업엔 일정 규모 수입 허용 시사
트럼프 “퇴임 때 전세계 칩 제조능력 50% 확보할 것”
마이크론 공장 증설 행사서 발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해 2월 상원 재정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증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3/ned/20260523093755138grgx.jpg)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전반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를 당장 시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반도체 관세 자체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해, 향후 미국 내 생산시설 이전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버지니아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메모리칩 공장 증설 행사에서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다만 관세 부과 시점과 수준을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시설(메모리칩 공장)들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반도체 관세)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수준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으로 (반도체에) 부과될 관세는 없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반도체 공급망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것들은 복합적인 공급망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의 해외 이전(오프쇼어링)을 봐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다시 옮기는 리쇼어링 과정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일정 물량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기까지는 일정한 유예와 예외를 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당장 모든 수입 물량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기보다, 시설 이전과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는 기간을 감안하겠다는 의미다.
그리어 대표가 언급한 반도체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로 해석된다. 이 조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서명한 포고문에 따라, 중국 등으로 재수출하기 위해 대만 TSMC 등 외국 공장에서 들어오는 일부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반도체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전면 관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선서 행사에서 관세 효과를 언급하며 “내가 퇴임할 때쯤이면 우리는 (전세계) 50%의 칩 제조 능력을 갖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대만에서 들어오고 있고, 다른 지역들에서도 들어오고 있다”며 TSMC가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을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전임 행정부들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그들(대만)은 우리의 반도체(반도체 산업)를 다년간 훔쳐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잃었지만 그것은 모두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리어 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전면 반도체 관세를 즉시 시행하기보다는 향후 협상력과 리쇼어링 유도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해외 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제조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감안해 시행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리어 대표가 이날 찾은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는 3대 메모리 기업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미국 내 투자를 300억달러 추가 확대하고, 총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민감한 변수다. 관세가 전면 도입될 경우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뿐 아니라 대만,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생산기지를 활용한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투자 기업에 일정 규모의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만큼, 실제 제도 설계 과정에서 기업별 투자 규모와 생산 이전 계획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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