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무기보다 위험한 인물”···군대조차 거부한 극우 유대 우월주의자는 어떻게 이스라엘 장관이 됐나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지난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 선단 활동가들을 무릎 꿇린 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그는 10대 때부터 극우 유대인 우월주의 운동에 가담해 이스라엘군 입대조차 거부당한 선동가로 꼽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이란의 핵무기보다 위험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인물이다.
AFP통신과 뉴요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벤 그비르 장관은 1976년 예루살렘 인근 메바세렛 시온에서 태어났다. 16세 때 테러단체로 지정한 극우 단체 카흐(Kach)에 가입해 청년 조직을 이끌었다. 카흐는 “아랍인은 개”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강경 유대 민족주의자 메이르 카하네 랍비가 창설한 조직이다. 벤 그비르 장관은 카하네를 “성인”이라고 불렀으며, 2021년 종교시오니즘당 비례대표로 당선돼처음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 입성했고, 2022년 총선에서는 카흐의 분파 정당인 ‘유대인의힘(오츠마 예후디트)’의 당수로 6석을 확보해 연립정부에 합류했다.
AFP통신은 그가 과거 50여 차례 기소됐으나 46차례는 무죄로 풀려났으며, 판사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해 변호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벤 그비르 장관은 2021년 의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유대인 테러 용의자, 정착민, 극우 인사들을 변호하는 이스라엘 최고의 변호사로 통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를 “말 그대로 악마의 변호인”이라고 불렀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벤 그리브 장관은 극단적인 사상과 테러 단체 활동 전력을 이유로 의무 복무인 이스라엘군에서 입대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전직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뉴요커에 “징집하지 않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그런 사람에게 무기를 줄 수 있나”라고 말했다.
벤 그비르 장관의 이름이 처음 이스라엘 전체에 알려진 것은 1995년이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TV에 출연해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정을 맺은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의 차량 보닛 장식을 뜯어 들고 “우리가 이 보닛에 손댄 것처럼 라빈에게도 손댈 수 있다”고 협박했다. 3주 후 라빈 총리는 실제로 암살당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그를 두고 “이란의 핵무기보다 이스라엘에 더 즉각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아내 아얄라 벤 그비르 역시 극우 활동가 출신이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는 1994년 서안지구 헤브론의 이슬람 사원에서 팔레스타인인 29명을 학살한 극단주의 정착민 바루크 골드스타인의 묘소였다. 2022년 네타냐후 총리의 부인이 연립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각료 부인들을 예루살렘의 고급 호텔에 초청했을 때, 아얄라는 보수 유대 여성이 입는 긴 치마를 입고 권총을 소지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벤 그비르 장관은 2022년 12월 네타냐후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 국가안보부 장관이 됐다. 그가 이끄는 유대인의힘은 전체 120석의 이스라엘 의회에서 단 6석을 차지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끈 리쿠드당이 32석 밖에 차지하지 못했고, 유대인의힘 6석 없이는 연정 성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벤 그비르 장관은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약점을 파악하고 협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뉴요커에 따르면 그는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를 관철시켰다. 국가안보부는 경찰·교도소·국경경찰 등 팔레스타인 지역을 포함한 이스라엘 치안 전반을 총괄한다. 벤 그비르 장관이 이번에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들의 구금과 이송 장면을 촬영해 올린 것도 그의 관할 기관이기에 가능했다.

벤 그비르 장관이 유대 우월주의적 영상을 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서안지구 라말라의 한 교도소를 방문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머리를 밟고 이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예루살렘에서는 과거 영국 위임통치 시절 유대인 독립운동가들이 처형된 것을 기념하는 ‘지하 수감자 박물관’을 찾아 “나는 테러리스트들을 처형하고 싶어 죽겠다”고 말했다. ‘테러리스트 사형법안’을 홍보한 것인데, 이 법은 이후 실제로 통과됐다.
이 법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 군사법원에서 테러 관련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형이 기본형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권자는 민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민사법원에서도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부정할 의도로 사람을 살해한 경우”가 아니면 사형에 처할 수 없어 유대인 극단주의자는 사형에 처하지 않는 구조다. 이스라엘에서 사형이 이뤄진 건 1962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처형이 마지막이다.
사형법 통과는 벤 그비르 장관과 같은 극우 유대 우월자들이 더이상 주변 세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이스라엘의 진보 매체인 하레츠의 라빗 헤흐트 기자는 지난 4월1일 그에 대해 “변방의 불량배에서 우파 이념의 형성자로 스스로를 탈바꿈했다”며 “크네세트(의회) 공식 웹사이트에는 벤 그비르가 적나라한 야만성을 자축하며 샴페인 병을 역겹게 흔드는 사진이 올라왔다”고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구호선단 활동가 조롱 영상을 계기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럽연합(EU)에 벤 그비르 장관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벤 그비르 장관은 이미 영국·캐나다·호주 등 5개국에서 개인 제재를 받고 있지만, EU 차원의 제재는 아직 없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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