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시장 숨통 틔울까…정부, 수도권 매입임대 6만6000호 공급
수도권 임대물량 확대
모듈러 공법 속도전
민간 공급 회복은 과제

정부가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절벽 해소를 위해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한다고 22일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이란 공공이 주택을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로, 정부는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를 주로 사들인다. 이미 지어진 주택을 사는 ‘기축 매입’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새로 짓는 주택을 완공 후 사들이기로 미리 계약하는 ‘신축 매입 약정’ 방식도 포함된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새로 짓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은 아파트 신축에 비해 공급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부는 우선, 9만호 중 6만6000호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규제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년간(2024~2025년) 규제지역에 공급된 물량(3만6000호)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정부는 규제지역 물량 6만6000호 중 신축은 5만4000호, 기축은 1만2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신축 물량은 지난 2년간(3만4000호)보다 2만호 늘어났다.
민간의 비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자 정부는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신축 매입 방식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모듈러 공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모듈러 공법이란 집의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부지에서는 조립만 하는 공법을 뜻한다.
김도곤 주거복지지원과장은 통화에서 “공기를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반기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매입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정부가 건물 한 동을 통으로 매입했지만, 이제는 한 동의 일부 가구만 매입하는 ‘부분매입’ 방식도 허용된다.
정부가 매입할 수 있었던 ‘최소 매입’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서울의 경우 19호 이상 가구가 있는 건물만 매입할 수 있었지만, 10호 이상만 되면 정부가 매입을 할 수 있다. 경기도도 기존 50호 이상에서 10호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된다.
민간 사업자의 ‘신축 매입 약정’ 사업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부가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높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대출 보증을 확대해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춘다. 즉 사업자는 사업 초기 땅값의 10%만 있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민간 사업자에 대한 공사비 지급도 당겨진다. 기존에는 골조공사 후 60%, 품질점검 단계에서 30%를 지급한 뒤 준공 시점에 나머지 10%를 주는 3단계 방식이었다. 이제는 공사비의 90% 한도 내에서 공정률 3개월 단위로 공사비가 지급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배경은 서민의 주거 사다리인 비아파트 시장이 ‘공급 급감’과 ‘월세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2023∼2025년)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2016∼2025년)의 20∼30% 수준이다.
신축 공급이 줄다 보니 월세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비아파트의 전·월세 가격 지수 변동률은 올해 4월 0.36%로 뛰었다. 지난해 4월 상승률은 0.1%였던 걸 고려하면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규제지역에는 민간 비아파트 공급이 장기평균(최근 10년 평균) 이상으로 회복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 민간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매입임대 증가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등 임대 물량의 감소를 일정 수준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 사기의 우려가 없고 계약 만료일에 임대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건 장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공급자의 자생력 회복 여부가 관건이고, (비아파트 시장의) 공공 의존도가 심화할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며 “민간 비아파트 시장이 다시 자생적으로 공급을 할 수 있게 금융·세제·임대사업 제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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