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청년동맹 띄우는 북한…“500만명 노동력 동원하려고”

KBS 2026. 5. 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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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의무적으로 학교와 직장, 지역을 기반으로한 여러 조직에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청년동맹은 청년층을 당의 규율에 묶는 노동당의 핵심 외곽단체로 꼽힙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5년 만에 청년동맹 제11차 대회를 열고 청년들에게 당 정책을 관철하고 건설과 국방 현장에 참여하라고 독려했습니다.

청년동맹을 띄우며 애국과 충정을 강조하는 북한.

과연 청년들의 반응은 어떤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30일, 어둠이 내려앉은 평양 김일성광장.

북한 청년동맹 제11차 대회를 기념하는 폭죽이 하늘 높이 터져 오르는 가운데, 야간 행사가 막을 올렸습니다.

[조선중앙TV : "청년들의 대회합을 뜻깊게 기념하는 환희의 춤바다가 펼쳐졌습니다."]

광장을 빼곡히 메운 북한 청년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어린 학생들은 각종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는데요.

행사가 절정에 이르자 조명이 꺼지고, 양손에 조명봉을 든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북한 인공기를 형상화합니다.

[조선중앙TV : "횃불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야간행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청년동맹의 횃불 행진이 시작된 겁니다.

양손에 횃불을 든 청년들은 광장을 가로지르며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부터 ‘애국청년’, ‘조국보위’ 등의 글자를 잇따라 만들어냈습니다.

["위대한 당의 영도따라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시대, 부흥 강국의 새 시대를 펼쳐나가자! 펼치자! 펼치자! 펼치자!"]

김 위원장과 당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건데요.

북한 당국 역시 이들의 충성심을 독려하며,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달성을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당 제9차 대회가 제시한 새로운 전망 목표 실현을 위한 투쟁에서 당의 후비대, 척후대, 익측부대로서의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를 다해갈 계승자들의 신념과 의지를..."]

이틀 뒤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청년동맹 제11차 대회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 역시 새로 선출된 청년동맹 간부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국가 발전을 위한 청년들의 역할을 당부했는데요...

[조선중앙TV : "우리 당과 혁명 앞에 새롭고도 방대한 투쟁 과업이 나서고 있는 현실은 청년들의 보다 적극적인 진출과 용기충천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어서 ‘1호 사진’으로 불리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규모 기념사진 촬영까지 진행하며 청년들의 결속과 사기를 고취시킨 북한 당국.

이는 국가 과업 달성에 필요한 인력 동원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500만 명에 달하는 청년동맹의 노동력이 사실상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 노동당) 5개년 계획을 앞둔 상황 속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당연히 청년 동맹의 노력은 지금 필요한 상황이고 더군다나 건설형 현장들, 건설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큰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청년 동맹이 조직이 잘 된다고 하면 건설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돼서 국가 발전을 만들고 세워지는 데 있어서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1946년 창설된 청년동맹은 14살부터 30살까지의 북한 주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대중 정치조직으로 노동당의 핵심 외곽단체 중 하나입니다.

북한에는 다양한 조직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동맹이 갖는 의미는 특별한데요.

바로 노동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각종 도로와 지방 발전소 건설도 청년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고, 최근 조성된 평양 신도시의 살림집과 새 거리 건설에도 청년들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조선중앙TV : "온 나라 청년전위들은 새로운 평양 번영기의 영예로운 참전자라는 고귀한 명함을 청춘의 자서전에 새겨넣으며 인민의 새 거리, 사회주의 발전과 미래의 상징물을 보란 듯이 떠 올렸습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청년 조직.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줄곧 청년 중시를 강조해 왔습니다.

2012년 청년절에는 전국의 청년 대표 1만여 명을 평양으로 초청해 ‘청년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했고, 각종 유희시설을 확충하며 청년들 민심을 잡는 데 주력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체가 공식적으로 집권하던 시기가 20대였고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에 대한 지지를 갖다 끌어내기 위한 그런 노력으로써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청년 중시 정책을 펼쳐 왔죠."]

북한의 선전대로라면 김정은은 청년을 위하고 청년들은 김정은에 충성하는 구조.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주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잇따른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인력 동원과 비용 갹출이 잦아지자 청년들의 불만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강규리/탈북민 : "그렇게 좋게 생각 안 해요. 왜 그렇게 건설을 많이 하는지 건설 때문에 짜증 나 해요. 사람들이. 건설 때문에 돈 내라, 노동 참가하라. 거기 갔다 오고 그런 게 많아요. 그놈의 건설 때문에. "]

청년동맹 내 ‘일꾼’으로 불리는 간부급 조직원들조차 각종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게끔 해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의 주장입니다.

[강규리/탈북민 : 나가는 돈이 너무 많대요. 내라는 게 너무 많아서 건설하면 다 자기네한테 과제가 떨어진대요. (일꾼은) 간부가 되려고 올라가는 중인데 청년동맹 기간이 제일 어려운 거죠. 그 기간에 과제가 너무 많으니까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해요. 결혼하면 그 돈 많은 여자가 뒤에서 보충해 주거든요. 근데 돈 많은 여자마저도 다 힘이 떨어질 정도예요. 1년이면 다 거덜이 나거든요."]

내부적으로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자 북한 당국도 최근에 불만 완화를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노력과 희생에 보상을 강조하고 있는 건데요.

그 일환으로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 전사자와 유족들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와 지원을 부각하는 모습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노력한 사람들에게 보상해 준다는 의미들을 많이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건설될 전투위훈 기념관 같은 경우도 파병 나갔다 온 사람들에 대한 혜택이라든가 유가족들에 대한 어떤 보상을 국가가 책임져 주겠다는 것들을 계속 던져주고 있고 2024년에 이제 건설된 전위거리 같은 경우도 청년전위라고 하는 그런 용어에서 따왔거든요."]

하지만 북한 당국이 제시하는 보상의 대부분은 상장이나 기념사진, 영웅 칭호 등에 그쳐 실질적인 대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이를 기대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청년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북한 매체가 연일 부각하는 농촌과 탄광, 건설현장 등 험지에 지원하는 청년들 소식도 사실상 강제성이 깔려 있다는 증언입니다.

[권민철/탈북민/가명/음성변조 : "그 사람들이 그런데 가고 싶어서 가겠나요. 그게 다 체계적으로 강제 협박 받아서 가는 거죠. 또 이왕 가는 거 끌려가는 그런 걸 보여주겠나요. 그러니까 자진 탄원(지원)이다 이렇게 찍어서 뉴스 나오고 그렇죠."]

경제적 보상이 거의 없다 보니 낙후된 농촌에서는 청년동맹의 청년들이 뇌물을 주고서라도 살던 곳을 떠나 도시로 가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전언입니다.

[권민철/탈북민/가명/음성변조 :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 동네 농장에 청년동맹이 50명은 넘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기 전(2023년)에는 그 큰 마을에 청년동맹원이 6명인가 5명밖에 안 됐어요. 나머지 45명은 다 나간 거예요. 농장에서. 어떻게 빠져 나가든 다 나가요."]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애국의 범위는 내부 동원을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러시아 등 분쟁 지역으로의 파병뿐 아니라 건설 인력으로 청년들을 해외에 파견해 외화벌이에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지금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우호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들이기 때문에 친화적인 국가들하고는 교류를 통해서 경제 발전의 하나의 요소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청년 동맹을 중심으로 한 청년 정책에서 외국으로 나갔을 때 발전이라든가 보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자꾸 던져주면서 해외의 노동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친근함을 주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1월, 북한은 청년동맹 창립 8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대회를 열었습니다.

북한의 대표 가수 김옥주가 무대에 올라 청년들의 사기를 북돋웠고, 그리고 이날 김 위원장은 20분 가까이 육성 연설을 하며 청년동맹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어머니 조국의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내일을 위하여, 조선 청년의 명예를 위하여. 더 용감히, 더 씩씩하게 투쟁해 나가자는 것을 호소하면서 동무들, 끝으로 우리 모두 다 같이 합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북한 체제 유지와 노동력 동원의 핵심 축인 청년동맹.

최근 대대적인 건설 사업으로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커져가는 불만을 잠재우고 청년들을 충성의 대오로 계속 묶어둘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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