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은 어떻게 거장이 되었나…‘뉴-올드보이 박찬욱’[오마주]

서현희 기자 2026. 5.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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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 포스터. SBS 제공

지난 12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시작됐습니다.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에 더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박찬욱(63)감독이 선정된 것이지요.

박찬욱 감독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전 세계 영화계에서 박 감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그의 일생과 작업을 훑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SBS의 2부작 다큐멘터리 <뉴-올드보이 박찬욱>입니다.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의 한 장면.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박찬욱 감독. SBS 제공

거장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의 연출부 활동 끝에 1992년<달은...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차기작인 <3인조>(1997)도 실패하고 말죠. 알프레도 히치콕의 <현기증>을 보고 감독이 되길 꿈꿨다는 그의 야심 찬 작품들이었지만, 대중들이 느끼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작품 활동을 접고 비디오 가게 사장으로, 또 영화 평론가로 활동해야 했죠.

그러던 그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제작사 명필름에서 그의 시나리오가 아닌,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을 부탁한 것입니다. 남북 병사들의 우정을 다룬 이 영화는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고 박 감독도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습니다.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의 한 장면. 영화 <올드보이> SBS 제공

‘드디어 하고 싶은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그는 대중적인 영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었던 ‘하드보일드 장르’를 선택합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드문 장르였던 ‘하드보일드’는 사건이나 폭력을 주관적인 감정이나 도덕적 판단 없이 건조한 시선으로 묘사하는 스타일을 뜻합니다. <복수는 나의것>(2002)과 <올드보이>(2002)가 대표적이죠. 이중 <올드보이>가 국내에서 흥행하며 개봉작으로는 이례적으로 2004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됩니다. 그해 <올드보이>는 칸 영화제의 2등 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박찬욱과 한국 영화는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착한 것도 그때부터였죠.

그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은 그를 ‘함께 있으면 촬영장의 공기가 달라지는,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묘사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연배우인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신하균, <올드보이>의 주연인 최민식 배우도 당시 박 감독과의 일화를 추억하며 웃어 보이죠. 그들의 증언에는 한국 영화 역사를 바꾼 박 감독에 대한 자부심과 온 힘을 다해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1부는 그렇게 고집을 밀어붙여 세상을 바꾼 박 감독의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 의 한 장면. 배우 최민식. SBS 제공

이어지는 2부는 거장의 작업방식을 들어봅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다른 감독들과 다르다고 칭찬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친절함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감독은 흔히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박 감독은 촬영 준비가 늦어도, 스태프들이 실수해도 목소리 한번 높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의 친절함은 동료들이 오래도록 함께 일할 수 있게, 자신의 의견을 더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SBS <뉴-올드보이 박찬욱>에서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SBS 제공

또 다른 비결은 자신이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박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적 전환점은 2005년 개봉한 <친절한 금자씨>에 있다고 짚습니다. 이전까지 작품들이 전부 남성들의 갈등 구조에 머물렀고, 여성 심리 표현에 모자람을 느꼈던 그는 정서경 작가를 섭외해 <친절한 금자씨>를 공동 집필합니다. 당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정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잔혹한 여성 주인공의 심리를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두 사람의 협업은 <박쥐>(2009),<아가씨>(2016),<헤어질 결심>(2022)까지 이어지죠.

이외에도 박찬욱 감독이 영화 주제와 캐릭터를 구상하는 방법,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 스태프들과의 소통하는 방법 등 그의 창작 비결을 들여다봅니다. 자신의 고집을 내려두고 타인과 협업하는 모습이나 음악과 사진 등을 즐기며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삶을 보다 보면 괜스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무료한 주말, 다큐멘터리를 본 후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들을 다시 한번 보는 건 어떨까요? 영화 속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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