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손잡은 韓·日…일본이 보는 정상회담 성적표는?

노미진 일본 통신원 2026. 5.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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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권’에 대한 불확실성 인식 줄어…안착하는 ‘셔틀외교’
경제·안보 공동 방어선 구축할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식 커져

(시사저널=노미진 일본 통신원)

5월19일 한국 안동에서 1박2일간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1년도 경과되지 않았으나 벌써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어떤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일본 내 전반적인 평가는 비교적 신중하지만 한일 셔틀외교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일본 정치권에서는 '한국은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때마다 한일 관계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해 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 갈등, 지소미아(GSOMIA) 문제가 결국 한일 간 대화의 단절로 이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5월19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장인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언론도 "양국 에너지 협력 더 강화해야"

이러한 점에서 일본은 한일 셔틀외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양자 관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통령이 일본 나라(奈良)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드럼을 치거나, 안동에서 안경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양국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 진보 정권의 대일외교에 대한 경계를 완화시키고 이 대통령에 대한 친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산케이신문조차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를 배려해 고추가 없는 만찬을 준비한 점을 강조하며 보도하는 등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한일 공동언론 발표문에 대해서는 양국이 쟁점에 따라 미묘한 인식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먼저 북한 문제의 경우 한국 정부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대북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자국의 대북 3대 현안인 핵·미사일·납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안보적 측면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이는 일본이 최근 3대 안보 문서의 조기 개정 착수 및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증액 달성을 조기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 문제를 단순한 한반도 정책의 관점보다 일본의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를 둘러싼 양국의 대중국 정책 차이 역시 일정 부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동아시아 내 한·중·일 협력과 공동의 이익을 강조하며 역내 안정과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비해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외교안보 기조 아래 역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양국이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사실상 대중 견제를 염두에 둔 지역 내 억지력, 대처 능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중국 문제를 직접적인 양자 관계의 대립 구도로 표현하기보다 인도·태평양 질서와 규범 유지라는 좀 더 넓은 프레임 속에 대중 전략을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외무성 역시 한일 정상회담 직후의 발표문에서 "엄중해지는 전략 환경 속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히며 이번 회담을 단순한 양자 관계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과 연결해 평가했다.

더불어 일본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러시아·북한 문제를 하나의 안보 환경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각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 한국과의 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납치 문제, 중동 지역의 에너지 리스크 등 인도·태평양 역내 질서와 국제 정세까지 논의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인식 속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직후 치러지는 중·러 정상회담(5월21일)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의 한일 공동언론 발표문은 지난 4월 다카이치 총리가 아시아탄소중립공동체에서 발표한 '파워 아시아'에 초점을 두고,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한 한일 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각별히 무게를 실었다고도 평가된다. 또 한일 안보대화가 차관급으로 개최되었음을 공표하는 것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러 협력 강화를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한일 간 에너지 협력을 이뤄냈다는 점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에너지 확보에서도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일 협력을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즉,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해협 문제로 인해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양국이 협력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 역시 에너지 협력과 역내 안정이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역사 문제와 안보·경제 협력 '투트랙'으로

다만 일본 내에 여전히 신중론은 존재한다. 특히 북한 문제나 대중국 정책을 둘러싼 양국 간 인식 차이가 상존하며, 기존 한일 간 쟁점인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를 둘러싼 영토 문제 등이 남아있는 탓에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더불어 일본 내 일부 한국 전문가는 양국 정상이 미디어를 통해 각 정부의 외교 성과로서 한일 관계의 원활함을 강조하거나,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6·3 지방선거에 성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역사 문제와 안보·경제 협력이 병존하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질서와 경제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더욱 전략적인 파트너로 나아갈 가능성을 높였다. 이재명 정부가 대일 외교 기조로서 한일 셔틀외교의 정착을 통한 국익과 경제, 안보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외교를 지향하고 있고,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 또한 한일 양자 관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 정세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기에 향후 한일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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