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꽃사슴' 황연주 "스스로 떠나는 멋진 용기 내고 싶었다"

권혁준 기자 2026. 5. 2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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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년 프로생활 마무리…"MVP 받았던 시즌 못 잊어"
"꾸준히 롱런했던 선수로 기억되길…제2의 인생은 고민중"
현역 은퇴를 결정한 황연. (KOVO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원년인 2005년부터 2025-26시즌까지. 쉼 없이 코트를 누볐던 황연주(40)가 현역에서 물러난다. 은퇴 직전 시즌까지도 경쟁력을 보였던 황연주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 물러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고민 끝에 결정 내렸다"고 밝혔다.

2025-26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뛴 황연주는 최근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2005년 V리그 원년 멤버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22시즌을 빠짐없이 뛴 그는, 통산 5758득점(3위), 후위공격 1269개(2위), 서브득점 461개(1위) 등의 기록을 남겼다.

황연주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5~6년 전부터 매년 '내년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2024-25시즌이 끝난 뒤 현대건설에서 나오면서 더 진지하게 고민했고, 도로공사에서 한 시즌을 뛰면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소속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황연주는 2010-11시즌 FA 이적을 통해 현대건설로 둥지를 옮겼고 2024-25시즌까지 뛰었다. 이후 현대건설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도로공사로 이적해 한 시즌을 더 뛰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흥국생명 시절의 황연주. (KOVO 제공)

마지막 시즌에도 황연주는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20경기를 뛰며 현대건설에서의 직전 2시즌(도합 16경기)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고,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서 외국인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해냈다.

소속팀 도로공사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선 아쉬운 준우승으로 마무리했했다. 그리고 황연주는 현역 은퇴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현대건설에서 나올 때의 그런 상황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데, 애매한 위치가 되기 전에 내 결정으로 나오고 싶었다"면서 "물론 구단과 코칭스태프와도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구단 상황이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픈 곳도 없고, 배구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기에 아쉬움도 있다"면서 "하지만 언젠간 이런 순간이 올 수밖에 없기에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황연주는 오랫동안 V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외국인선수와 겹치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철저한 몸 관리로 꾸준한 기량을 유지했다.

2010-11시즌 현대건설에서 MVP를 받았던 황연주. (KOVO 제공)

흥국생명에서 프로 원년 신인상을 받은 뒤 김연경과 함께 두 번의 통합 우승을 포함한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그는, 2010-11시즌 현대건설로 이적한 뒤 세 번 더 우승했다. 우승 반지만 6개, 황연주가 있는 팀은 언제나 든든한 전력을 과시했다.

2006년 1월7일 현대건설전에선 V리그 여자부 1호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8개, 서브 3개, 블로킹 3개)을 기록했고, 현대건설에서의 첫 시즌인 2010-11시즌엔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끈 뒤 정규리그, 챔프전, 올스타전까지 '최우수선수(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황연주도 "현대건설로 옮겼던 첫 시즌이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때는 그게 그렇게 멋진 일인지 몰랐고, 그저 내 자신을 채찍질할 뿐이었다. 돌아보니 더없이 화려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도로공사에서의 마지막 시즌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록 챔프전 우승까지 하진 못했지만 정규리그 1위를 한 것도 기쁜 일"이라며 "작년에 그만둘 수도 있었는데 도로공사 덕분에 1년 더 했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과감한 결정을 했지만 오랫동안 정든 코트를 떠나는 만큼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역시 가족이 큰 힘이 됐다.

황연주. (KOVO 제공)

황연주는 "부모님은 아쉬워하셨지만 그래도 내 선택을 존중해 줬다"면서 "농구선수 출신인 남편(박경상 현 부산 KCC 전력분석원)은 '배구 그만둬도 다른 걸로 더 잘 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힘을 불어넣어 줬다"며 웃었다.

아직 '제2의 인생'에 대해서는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 지도자와 해설위원, 방송인 등 다양한 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선택하겠다는 생각이다.

황연주는 "당분간은 쉬고 싶다. 남편과 여행도 계획했다"면서 "다만 늘 짜여진 스케줄에 맞춰 살아가다가 집에서 쉬는 게 조금 불편하고 낯선 기분은 든다"고 했다.

황연주는 선수로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꾸준함'을 언급했다. 그는 "항상 꾸준하게 노력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롱런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면서 "다치지 않고 실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선수들의 꿈이기도 하다. 나는 그 꿈을 어느 정도는 이룬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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