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미래, 저도 모릅니다”…그래도 살아남는 리더들의 조건

김학재 2026. 5.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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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와 리더의 대담 - AI로 이끄는 비즈니스 혁신 세션 현장. 왼쪽부터 AWS 코리아 김기완 테크 리더, 삼성전자 서치영 부사장, 트웰브랩스의 이승준 CTO, 우아한형제들 고명석 CTO


"대형 강연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홀이었지만, 빈자리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통로 바닥에 주저앉은 참가자부터 연사들의 뒤 배경 화면에 나오는 정보를 놓칠세라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들고 사진을 찍는 이들로 장내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AWS(아마존웹서비스, Amazon Web Services) 서밋 서울 2026'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 <혁신가와 리더의 대담 - AI로 이끄는 비즈니스 혁신> 세션의 풍경입니다.

장내를 채운 팽팽한 긴장감은 무대에 오른 리더들의 무게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뉴스의 중심에 선 삼성전자의 서치영 부사장, 일상에서 배달 음식을 책임지는 우아한형제들의 고명석 CTO, 그리고 영상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트웰브랩스(Twelve labs)의 이승준 CTO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AWS 코리아 김기완 테크 리더의 질문으로 시작된 대담은, 화려한 기술적 성취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거대한 인공지능을 조직에 뿌리내리며 겪은 시행착오와 속 깊은 고민을 덤덤하게 고백하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는 AI를 얼마나 업무에 적용하고 있을까요? 현장에서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리더들의 64%가 이미 AI를 통해 자사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으며, 34%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완전히 재창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비즈니스의 근본을 바꾸고 있다고 답한 리더의 비율이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25%) 급증했다는 통계는, 객석을 메운 이들에게 묘한 긴장감마저 불어넣었습니다. AI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장 해결해야 할 거대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대 스크린에 띄워진 컨설팅 기관들의 통계 수치. AI가 비즈니스의 근본을 바꾸고 있다고 답한 리더가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답을 내리는 리더의 종말… 그리고 '서포터형 리더십'

이야기의 첫 단추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리더의 역할이었습니다. 세 명의 리더는 하나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과거의 경험치만으로 조직원들에게 정답을 뚝딱 제시하던 리더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이제는 리더가 답을 갖고 제시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한 개인의 경험이나 능력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존에 일하던 방식을 완전히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과 'AI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분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중입니다." (서치영 삼성전자 부사장)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고민은 조금 더 현실적이고 많은 이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안의 작은 정책 하나, 기능 하나를 바꾸는 것이 수많은 자영업자와 라이더, 소비자들의 생계와 일상에 커다란 파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실수를 줄이려고 리더십에서 수많은 검토를 거치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능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죠. 하지만 이제는 실행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AI 시대입니다. 예전 방식은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한 번에 완벽하고 큰 기능을 내기보다, 작고 가볍게 출시해서 빠르게 검증해야 합니다. 리더 역시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스크 검토의 부담을 덜어주는 '서포터'가 되어야 합니다." (고명석 우아한형제들 CTO)

트웰브랩스의 이승준 CTO는 스타트업의 유연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이야기했습니다. 긴 보고서를 쓰거나 말로만 지시하기보다, 리더가 직접 프로토타입을 뚝딱 만들어 눈앞에 확인시켜 주는 행동(Showing)이야말로 조직원들에게 가장 확실한 확신과 영감을 준다는 의미였습니다.

■진짜 장벽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마음'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마주하는 가장 높은 벽은 무엇일까요? 리더들은 예상외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진짜 장벽은 결국 조직 내 '사람과 문화', 즉 마음의 문제였습니다. 구성원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는 '내 일자리가 정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개개인의 활용 능력 차이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심리적 장벽을 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개발자가 없는 영업이나 사업 부서에 인공지능 전환을 직접 도와주는 일종의 '비밀 별동대'를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고명석 CTO는 "회사 내에 'AI 히어로'라고 부르는 전파자들을 코치로 키워내고 있다"며, "이들이 각 조직에 스며들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위와 아래의 정교한 박자를 강조했습니다. 서치영 부사장은 "위에서 방향만 던지면 현장과 겉돌고, 아래에서 산발적인 실험만 하면 사방으로 파편화된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이 내건 목표는 명확합니다. 3년 안에 클라우드 운영 업무의 80%를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20%의 인간 운영자들은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모니터링하는, 더 가치 있고 인간다운 업무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해 청중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AI 기반 운영을 갖춘 조직은 생산성이 2.4배가 높아지고 AI 의사결정을 직접 주도하는 최고경영자(CEO) 비율이 75%로 증가하는 등 모든 기업에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원상복구가 가능한가?"… 위기를 다루는 지혜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어디까지 의사결정을 맡기고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요? 참가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했던 위기관리 이야기에서 삼성전자의 서 부사장은 무척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바로 '원상복구'가 가능한가였습니다.

"AI는 업무 속도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해주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사고가 나더라도 곧바로 되돌릴 수 있는 영역은 AI에게 과감히 넘깁니다. 하지만 인프라 설정을 바꾸는 것처럼 한 번 무너지면 파급력이 크고 복구가 힘든 영역은 AI가 추천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사람이 검증하고 승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AI 에이전트에게 필요 이상의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서치영 삼성전자 부사장)

우아한형제들 역시 시스템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주문과 결제처럼 한 번의 오류가 치명적인 영역은 인공지능이 만든 코드라도 사람이 철저히 검증합니다. 반면, 명확한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단순 보상이나 안내 등은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판단해 즉시 실행하도록 권한을 넘겼습니다.

트웰브랩스의 이승준 CTO 역시 인간의 통제권을 역설했습니다. "기업 고객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AI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AI를 얼마나 통제(Control)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며, "인간이 실수하듯 AI도 당연히 실수한다. 중요한 건 AI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실수가 나왔을 때 얼마나 빠르게 알아차려 다음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짚었습니다. 결국, 먼저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만회하려고 발 벗고 나서며 손을 더럽히는 리더가 살아남는다는데 리더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긴 대담을 마무리하며 세 명의 리더가 참관객들을 향해 던진 제언은 전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리더가 먼저, 직접 써봐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강력한 진리였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1년 안에 '전사 1인 1 에이전트 도입'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고명석 CTO는 "리더가 직접 오픈AI나 클로드 같은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써보지 않으면, 기술이 만들어낼 효율의 범위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며 리더들이 먼저 손을 더럽혀야 올바른 조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독려했습니다.

트웰브랩스의 이승준 CTO 역시 "우리가 과거에 워드나 엑셀을 자연스럽게 배워 생산성을 올렸던 것처럼, AI는 이제 내 업무의 무기를 늘리기 위한 일상적인 '도구(Tool)'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사 둘째 날, 버너 보겔스(Werner Vogels) 아마존 CTO의 화상 기조연설 중 한 장면


■ 도구는 AI, 주인공은 인간

현장의 리더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직접 써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근본적인 대답은 둘째 날 기조연설에 나섰던 아마존의 버너 보겔스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보겔스 박사는 커다란 화면을 통해 참가자들과 마주하며, 지금의 인공지능 시대를 가리켜 "무엇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가장 위대한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시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자질'이었습니다. "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 호기심, 전체를 조망하는 시스템적 사고, 그리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의식이 앞으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도구가 우리 앞에 주어졌을 때, 그것으로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여전히 인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호기심을 갖고 탐색하고, 서로에게서 끊임없이 배우라던 그의 당부는 대담 무대에 섰던 리더들의 생존 전략과도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틀 동안 지켜본 서밋 현장은 단순한 기술의 각축장이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공존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자리였습니다.

내로라하는 리더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면서 뇌리에 선명하게 남은 건, 거창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저도 아직 모릅니다", "저도 직접 써보고 있습니다"라고 털어놓던 그 솔직한 순간이었습니다.

AI가 모든 답을 쥐고 있을 것 같은 시대에, 정작 가장 앞서 달리는 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기술을 써보려고 손을 더럽히며 배우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조직에서 먼저 손을 더럽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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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windo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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