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판독 넘어 훈련까지… 중국 AI, 스포츠 산업 정조준
‘업계 표준’ 英 호크아이에 도전장
최대 1/100 가격으로 보급화 시동
지난 18일 베이징 최대 규모 스포츠공원인 차오양구 원위허(温榆河)공원, 강렬한 햇볕과 대비되는 파란 테니스 코트 위 선수 두 명이 경쾌한 타격음을 내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 안내에 따라 코트 옆 대형 모니터에 표시된 큐알(QR) 코드를 스캔하자, 모바일 앱 화면이 열렸다. ‘경기 참가’ 버튼을 누르자 손 안에 실시간 경기 영상이 펼쳐졌다. 코트 양 끝에 설치된 4K 고화질 카메라가 경기를 실시간 송출하고 있었다.

경기는 단순 생중계를 넘어 실시간 데이터 분석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랠리 단위로 영상 클립이 생성돼 경기 도중 돌려볼 수 있었고, 공의 낙하지점(인·아웃)은 물론 포핸드·백핸드 비율, 타구 위치, 공 궤적 등 타구 데이터도 정리돼 제공됐다. 세트 종료 뒤에는 공 궤적과 구속, 타구 유형, 이동 거리 등을 특수효과 형태로 시각화한 영상도 생성됐다. 이 영상에는 알리바바 자체 AI모델인 ‘퉁이첸원(通义千问)’이 적용돼 이용자 맞춤형 훈련 조언도 제공된다.
이 시스템은 알리바바가 2015년 설립한 스포츠테크놀로지 업체 ‘청스스포츠(橙狮体育·Orange Lion Sports)’가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 영상 저장과 데이터 분석, 예약·운영 시스템을 하나로 결합해 ‘스마트 테니스 코트’ 모델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 2년 만에 중국 전역 200여개 테니스 코트에 설치됐으며,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테니스연맹 주관 대회(ITF MT700)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는 6월엔 영문 서비스를 시작한다.
공더위(龚德彧) 청스스포츠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에는 프로 경기에서만 가능했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일반 동호인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단순 중계 수준을 넘어 스마트 구장 운영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이 스포츠 산업 전반으로도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영국 ‘호크아이(Hawk-Eye)’가 장악해온 스포츠 판독 시장에 중국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며 축구, 테니스, 탁구 등 경기 판독부터 선수 훈련 분석, 스마트 구장 운영까지 AI 기술 접목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플러스(+)’ 전략이 제조업과 인터넷 산업을 넘어 스포츠 현장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차오양구의 한 실내 스포츠 체험 공간. 당구대 위에 공을 올려놓자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즉각 이를 인식했다. 벽에 설치된 대형 화면 속 AI 음성이 “게임을 시작한다”며 공 배치를 안내했고, 플레이가 시작되자 빠르게 움직이는 공의 궤적과 스코어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기록됐다. 몇 번 공이 어느 포켓으로 들어갔는지, 파울 여부는 무엇인지도 오차 없이 표시됐다. AI는 자동으로 득점 여부를 판정했고, 경기 진행 멘트를 쏟아냈다. 온라인 게임 화면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현장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기록하거나 단순 센서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비전 AI가 공의 움직임과 위치를 모두 추적한다”며 “단순 경기 진행뿐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 분석과 훈련 보조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탁구 시연은 더욱 정교했다. AI 경기 진행에서 더 나아가 탁구대 양옆에 설치된 카메라가 공의 속도와 궤적, 바운드 높이, 회전 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데이터를 제공했다. 랠리마다 모든 공의 위치가 기록됐고, 경기가 끝나자 화면에는 사용자의 서브가 어느 방향으로 편향됐는지, 어떤 코스의 실수가 많았는지 등이 데이터로 시각화돼 나타났다.
해당 기술은 베이징의 루이가이 테크놀로지(瑞盖·Rigour)가 개발했다. 루이가이는 AI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판 호크아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현재 축구, 배구, 테니스, 탁구부터 동계 스포츠 종목을 대상으로 전자 라인 판독, 비디오 보조 심판(VAR), 훈련 보조 및 평가, 중계 강화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체육관 내 동호인 훈련부터 프로 경기 운영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다중 카메라와 영상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하는 것이 핵심이다. 루이가이의 기술은 탁구공 궤적을 0.1mm 수준으로 정밀 추적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라고 설명했다. 사람 움직임은 뼈대, 관절, 골격 길이, 골격 위치 등 신체 특징은 물론 유니폼 색깔과 등번호까지 포착해 mm단위로 추적한다. 이 밖에 공 속도, 회전 수, 상회전·하회전 여부, 회전 품질, 네트 통과 높이, 선수 반응 시간 등 데이터도 수집해 분석한다.
판위(潘宇) 최고경영자(CEO)는 “이 시스템은 실제 중국 국가대표팀 훈련에 사용되고 있다”며 “해외는 여전히 도제식 훈련이 많은데, 중국은 이러한 AI 시스템을 활용해 훨씬 빠른 훈련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포츠 산업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이 있다. 중국 정부는 ‘AI 플러스(+)’ 전략 아래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AI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3월 양회(两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AI 산업 응용 확대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미국과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스포츠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자체 기술’ 확보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 스포츠 판독 시장에서는 영국 호크아이 시스템이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아왔지만, 중국 기업들은 영상 인식 기술, 알고리즘, 다중 카메라 추적 기술을 앞세워 자체 생태계 구축과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동시에 높은 구축 비용으로 제한적이었던 AI 판독·분석 시스템의 가격 장벽을 낮추며 보급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실제로 알리바바 청스스포츠가 개발한 ‘스마트샷(Smartshot)’ AI 영상 시스템은 알고리즘 최적화와 비용 구조를 개선해 호크아이 수준의 영상 분석 시스템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에서 최대 100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
루이가이 역시 축구 경기 AI 판독 시 자체 영상인코딩 알고리즘을 이용해 서버 비용을 크게 낮춰 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판 CEO는 “다른 민간 알고리즘은 고성능·고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어야 수십개 카메라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데, 우리는 자체 알고리즘 덕분에 비교적 저성능·저가 서버로도 처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독 시스템 화질 평가에서 99.8점을 받았다. 덕분에 서버 비용과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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